지방보조사업 상대평가로 전환…하위 20%, 보조금 깎는다

행안부, 지방보조금 관리강화 방안 발표
유사·중복사업 통폐합…부정수급땐 폐지
총액한도 초과 편성땐 교부세 감액 검토

내년부터 지방보조사업 운용 평가제도가 절대평가에서 20%를 무조건 하위 등급을 받도록 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하위 등급을 받으면 사업을 폐지하거나 이듬해 보조금을 삭감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보조금 총액한도(기준경비)를 초과 편성 시 교부세를 깎기로 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지방보조금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보조금 폐지' 지시에 따른 것으로, 관행적·반복적인 지방보조사업 예산 편성을 재검토하고 지방보조금의 편성·집행·결산 전 과정을 단계별로 집중 관리해 지방 재정의 누수를 근절하는 게 핵심이다.

지방보조금은 지자체가 법령 또는 조례에 따라 다른 지자체나 법인·단체·개인이 수행하는 사무·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교부하는 '순지방비'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국가보조사업에서 국고보조금에 대응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경비인 '대응지방비'를 포괄한다. 그 규모는 56조원이 넘으며 이 중 순지방비는 올해 기준 21조3000억원으로 지방예산 대비 7%대 수준이다.

특히 비영리단체에 지원하는 민간보조금이 18조1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이권·부패 카르텔에 악용돼 줄줄 새는 대표 3개 통계목은 민간경상사업보조, 민간행사사업보조, 사회복지사업보조로 총 6조4340억원이다.

민간보조금의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한 해 평균 2000건, 금액으로는 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2536건 88억원이 적발된 바 있다.

이에 행안부는 유사·중복되거나 집행 부진이 확인된 지방보조사업을 폐지 또는 통폐합하기로 했다.

목적 외 사용 등 부정수급이 적발되거나 감사원 등 외부 지적을 받으면 사업을 폐지하거나 보조금을 전액 삭감한다. 보조사업 유지 필요성 평가 결과가 '미흡' 또는 '매우미흡'일 때도 마찬가지다.

운용 평가제도는 기존 절대평가에서 5개 등급을 강제 배분하는 상대평가로 전환한다. 5개 등급은 '매우우수(10%)-우수(20%)-보통(50%)-미흡(10%)-매우미흡(10%)'로 나뉘며 미흡과 매우미흡 등 하위 2개 등급에 대해 차년도 사업 보조금을 최대 50% 삭감하기로 했다.

반면 우수하다고 평가 받으면 인센티브를 준다.

'전년 대비 지방보조금 비중 증감 반영 비율'은 현행 50%에서 100%로 개선해 지방보조금을 절감한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반대로 지방보조금 총액한도를 초과 편성 시 교부세를 감액하는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난 1일 사전 브리핑에서 "그간 (일률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는) 관대화 경향을 개선하기 위해 상대평가로 바꾸려는 것"이라면서 "이번 조처로 얼마나 누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부정수급 등이 있을 수 있는 민간보조금 중 3개 파트 약 6조4000억여원에 대한 카르텔 문제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행안부는 또 지자체가 매년 '지방보조금 관리계획'을 수립해 집행 단계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집행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거나 불용 가능성이 높은 사업 등은 추가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지역경제 활력 및 민생 지원 재원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센터 및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신고포상제를 확대한다.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지방보조금 지원 표지판' 설치를 전 지자체로 확산한다.

법령 위반 시 환수, 제재부가금 부과, 사업 수행배제, 명단 공표 등의 제재 조치를 철저히 한다.

지방보조금법을 개정해 정산·감사 대상은 늘린다. 지방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검증 대상 기준을 현행 보조금 3억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회계감사보고서의 제출 대상인 보조사업자 기준은 보조금 총액 10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한다.

지자체에 두고 있는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의 편성·집행·결산 전 단계에서 심의기능을 강화한다. 민간보조사업의 전문적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분과위원회를 꾸려 집중 심의하도록 한다.

아울러 지방보조금의 교부·집행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보탬e)을 내년 1월까지 단계별 개통을 마무리 한다. 부정수급 우려가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도 조만간 탑재한다.

또 보탬e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엔파스·NPAS)' 간 데이터를 상호 연계해 단일 단체가 동일 사업에 대해 국가·지방보조금을 중복 수급하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예방한다.

행안부는 '지방보조금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분기별로 지자체의 이행 상황을 점검·지원한다. 더불어 정부합동감사 시 위법성이 있는 지방보조사업에 대해 중점 감사하고 지자체별 자체감사 시에도 지방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독려한다.

한 차관은 "낭비성 예산이 없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 지역 활력 회복과 약자 복지를 위한 보조금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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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