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發 '철근 누락' 일파만파 확산…이번엔 민간 아파트 조준

SH·GH 등 공기업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시작
국토부,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293곳 9월까지 조사
입주 예정자 계약해지권·손해배상 기준 없어 혼선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부실 시공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아파트 가운데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기둥에서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철근 누락 사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LH처럼 공공아파트를 짓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도시주택공사(GH) 등 공기업 등이 전수조사에 나섰고,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과 슬라브 접합면에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붕괴될 위험이 있어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 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서울시가 무량판 구조 공법이 적용된 공공아파트 전수조사에 나섰다. S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 아파트는 2014년 11월 착공해 2017년 준공된 것으로 송파구 위례23단지를 포함한 총 8곳이다.

SH 관계자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전단 보강 철근 탐사·콘크리트 비파괴 압축 강도 시험 등 정밀 조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서울 시내 무량판 아파트 주차장에 대한 안전점검이 시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H는 최근 5년 내 준공한 지하주차장 무량판구조 건축물을 전수조사를 통해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GH도 시행사로 참여한 도내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10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GH가 시행한 10개 단지 중 6개 단지는 2017년 10월~2021년 8월 입주를 끝낸 ▲남양주 지금A4 ▲남양주 진건 A1·B4·B5 ▲동탄2 A86 ▲남양주 다산역A2 등이다. 또 나머지 4곳은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 사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남양주 진건A3·A5 ▲동탄2 A94 ▲안양 냉천 등이다. GH는 지난 5월 4곳에 대한 1차 점검을 통해 구조적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GH 관계자는 "10개 단지에 대한 정밀점검에는 안전진단 전문기관, 감리단, 시공사 등이 참여한다”며 “주요 구조부 철근 배근 적정 여부, 비파괴 검사를 통한 시공 적정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또 지하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아파트 293곳에 대해 오는 9월 말까지 부실공사 여부를 점검한다. 점검은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민간 안전진단전문기관을 선정해 실시한다. 점검 결과는 국토안전관리원이 확인한다. 점검 범위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분 뿐만 아니라 주거동까지다. 준공된 단지의 점검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검단 붕괴사고, LH 단지 철근누락 등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보완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점검 결과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단지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연말까지 보수·보강을 실시토록 하고, 건설 과정에서 법령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자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라 엄중 처벌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나 부실시공이 적발되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가 없고, 설계와 시공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무량판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당정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입주 예정자에게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을 주고, 입주민에게는 입주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

또 계약자에게 재당첨 제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신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계약해지권과 손해배상의 기준 등이 확정되지 않아 당분간 입주민들의 불안과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직권조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공정위를 통해 설계·감리 담합, 부당한 하도급 거래 등을 직권조사할 예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무량판 부실시공으로 인한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관련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잘못된 관행과 위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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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