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정진석 징역 6개월' 판사 정치성향 영향 없어"

정진석 실형 선고에 정치권 중심 논란 점화
서울중앙지법, 입장 내고 의혹 반박 나서
"일부 SNS 활동으로 정치 성향 단정 위험"
"법조인 대관 등재 여부는 판결과 무관"
"문제 제기,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 가능"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어지자 서울중앙지법이 우려를 표명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고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법원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판결의 분석과 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언제나 있을 수 있고 해당 재판부나 법원 또한 이를 귀담아들어야 함은 당연하다"면서도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게시글의 경우 일부 내용 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고, SNS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인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나아가 한국법조인대관에서 해당 판사의 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선 "판결 직전 등재정보를 삭제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등재자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당 재판장의 정보 등재 여부는 이 사건 판결과는 무관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런 방식의 문제 제기는 모든 법관의 재판절차 진행 및 판단 과정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0일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검찰의 구형 벌금 500만원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글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박 판사를 향해 "만약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본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면 사법부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또 "박 판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노 전 대통령 탄핵 세력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을 정도로 정치 성향이 뚜렷함을 보였다"며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 판사는 이 사건 선고를 앞두고 거의 모든 법조인이 등록된 법조인 대관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해달라고 법조인 대관을 관리하는 곳에 요청했다고 한다"며 "매우 이례적이고 무언가를 대비한 냄새가 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7년 9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여사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다시 SNS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올린 글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등은 같은 달 정 의원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9월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 등을 통해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법원은 정 의원 혐의를 정식공판 절차로 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그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드물고, 벌금형 구형임에도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경솔한 행동이었다. 전직 대통령과 유족들에게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던 정 의원은 1심 판결 후 "감정적 판단"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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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