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 간부 간첩사건' 4명 모두 첫 공판서 혐의 부인

변호인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수집 증거 증거능력 없어" 주장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혐의로 구속기소 된 '민주노총 전 간부 간첩 사건' 피고인들이 첫 공판기일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14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씨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A씨는 이날 정장 차림으로 재판에 나섰으며, 다른 피고인들 역시 평상복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변호인단은 우선 이 사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재차 주장하고, 또 공소사실 중 북한 공작원과의 회합 증거로 외국에서 수집된 증거들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 등에 의해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민주노총 3기 직선제선거 관련 계파별 위원장 후보선정 동향 및 성향 파악, 평택미군기지 및 오산공군기지의 시설 자료를 수집했다는 취지로 공소가 제기됐는데 이는 모두 언론보도 또는 시민단체서 진행된 토론회 자료 등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2017년 출국한 것은 A씨의 제안으로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 및 여름휴가를 위해서일 뿐 어떠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지령 수행의 목적이나 의사도 없었다"며 "피고인이 어떤 의사와 목적을 가졌는지 공소사실에도 불특정 돼 있는 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 밖에 다른 피고인들도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등을 주장하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A씨 등은 재판부의 허락을 받고 이 사건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밝힐 기회를 얻기도 했다.

A씨는 "분단은 노동자들의 지극히 정당한 요구마저도 배제하고 탄압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어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저임금 지적 등 요구조차도 친북, 빨갱이 짓으로 매도당하고 노동자 투쟁을 종북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며 "이에 분단을 통해 이익을 얻는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의 세력을 지키기 위해 국보법을 무기로 악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단이 고착화되며 평화를 위해 전쟁을 대비하라는 미국 중심 구호를 외치는데 이는 민족 공멸을 자초할 뿐"이라며 "평화를 위한다면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그들(북한)을 생각이 궁금했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의 발언 후 검찰은 "피고인들의 최초 입장을 그대로 조서에 남겨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으나, 재판부는 "모두진술이 아닌 마음속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진술하는 자리로 생각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해도 조서에 남겨서 판단하지는 않겠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등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비밀교신 등 간첩행위를 하고,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A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열린다.

한편, 이날 재판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및 관련 피해자를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A씨 등 재판을 방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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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