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기·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원심 파기해달라"…1심 때와 같은 형 구형
1심서 대부분 무죄…벌금 1500만원 선고
檢 "장기범행, 피해회복 안돼" 엄벌 촉구
"사익 취하지 않았다" 최후진술서 눈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3년에 걸친 재판 끝에 항소심에 선 윤 의원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왔던 활동가들의 노고가 폄훼되지 않도록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를 향해 흐느꼈다.
윤 의원은 2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 심리로 열린 사기, 횡령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30년 동안 일본 우익 등에게 공격을 받아도 개의치 않았고 그만큼 활동이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3년 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동적인 피해자로 폄훼됐으며, 공격 속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불과 8개월 몇 시간 후면 국회의원에서 시민으로 돌아간다. 시민운동가가 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가족과 동료가 치른 대가가 너무나 크다"며 흐느꼈다.
이어 "제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대가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소심 판결이 그 길을 수월하게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검찰이 말한 대로 사익을 위해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 남은 생애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따뜻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윤 의원에게 "원심(1심)을 파기하고 원심 구형과 같은 선고를 내려달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원심은 일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고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위반 정도가 중하지 않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하지만 피고인은 상임대표로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이뤄진 자금을 횡령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이어 "횡령 규모가 상당하고 장기간 (범행이) 이뤄진 점, 정대협 측에 변제하지 않아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점, 범행으로 인해 사회적인 신뢰가 훼손된 점과 정상참작 사유가 있더라도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은 과하게 가벼워 양형부당"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1시간에 걸쳐 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별 1심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1심이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와 장기 해외캠프를 가는 등 건강 상태를 잘 알 수 있는 위치였고, 최소한 치매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고 자인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으며, 이는 초고령환자에 대한 준사기범죄로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 사건 박물관 등록은 보조금 신청에 대한 본질적 요소를 기망한 것"이라며 "자격 미달임에도 자격을 갖춘 것처럼 (보조금을) 신청한 것은 기망행위"라고 했다.
특히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현장을 찾기도 했던 쉼터와 관련해서도 윤 의원이 부동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배임 행위로 4억원 짜리를 7억5000만원에 매입해 시세차익을 남겼다"며 "기부금을 집행하며 쉼터로 쓸 수 없는 부동산을 적정한 가격인지 알아보지 않고 비싸게 매입해 손해가 발생했기에 엄중한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단체는 중요 활동을 해왔던 만큼, 자금모집 운용과 집행에 있어 우리 사회 응원과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각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가 보편화될 수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을 다음달 20일 열기로 했다.
윤 의원은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 8개 죄명으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그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5)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금액에는 길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도 포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2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개인 계좌 5개를 이용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 조의금, 나비기금 등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모금했고, 이 가운데 5755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도 보고 있다.
하지만 1심은 올해 1월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검찰이 적용한 윤 의원 혐의들을 대부분 무죄로 판단하며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법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총 1700여만원을 임의로 횡령했다"며 일부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된다고 봤다.
이 외에 혐의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는 등의 취지로 판단했다. 윤 의원과 검찰 모두 이 판단에 불복했다.
한편 1심에서 벌금형을 받으면서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현역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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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