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광주·수원지법 이어 이의신청 기각 판결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하겠다고 낸 공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원에 이의신청했지만 줄줄이 기각되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전주·광주·수원지법에 이어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채권자의 반대 의사에도 제3자로부터 변제를 강요당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9단독 신성욱 판사는 24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낸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수원지법 안산지원 공탁관이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 1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재단의 공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재단이 이의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단은 이의신청하며 "공탁관이 형식적 심사권 범위를 벗어나 불수리 결정을 했고, 민법 제469조 1항 단서를 오해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판사는 "명확한 반대 의사를 근거로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 사건 불수리 결정한 것이 공탁관의 형식적 심사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법정채권에도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될 수 있으며, 채권자 일방의 반대 의사 표시만으로도 제3자 변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채권자의 이익을 전제로 한 제3자 변제의 법적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금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위자료청구권)으로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라는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인격적 모욕 등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해 피해자를 심리적·감정적으로 만족시키는 기능도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손해배상채권은 법정채권 중에서도 채권자 보호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또 "가해 기업이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청인이 제3자 변제를 통해 이 사건 판결금을 변제한 이후 가해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해 채권자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채권의 만족을 얻기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장은 채권자 일방적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가 금지되면 '채무자에 의한 변제만 강요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재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가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신 판사는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은 채무자의 일방적인 불법행위에 기해서 발생한 것이라 채무자가 이를 직접 변제하는 것은 채무의 내용에 따른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채무자가 변제를 강요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제3자로부터의 변제를 강요당하게 되면 채권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한 심리·감정적 만족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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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