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옥상 '기억의 터' 조형물, 내일 반드시 철거할 것"

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 반발 부딪혀

서울시가 4일 남산 '기억의 터' 내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씨(73)의 작품 철거에 돌입했으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거를 하지 못한 채 다음 날로 미루기로 했다.



시는 이날 오후 이동률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오늘 철거 예정이던 기억의 터에 설치된 조형물 철거가 지연되고 있다"며 "정의연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퍼포먼스 등을 명분으로 철거를 계속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7월말 임씨가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그가 서울 시립시설에 설치한 작품을 철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은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시립시설에 설치돼있던 임씨의 작품은 총 6점이다. 임씨의 작품 중 '서울을 그리다', '하늘을 담는 그릇', ''광화문의 역사' 등은 이미 철거가 완료됐다. 시는 위안부 추모 공간인 남산 기억의 터 내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이날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철거 현장에서 서울시의 철거 행위를 규탄하는 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예정대로 철거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성 범죄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임씨의 작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위안부를 기리고 기억하는 공간에 성 가해자의 작품을 절대 존치할 수는 없다"며 "기억의 터를 지우겠다는 것이 아니다. 위안부의 피해를 기억하고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더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도 더 이상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말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요구에 따라달라"며 "더 이상 지체하지 않겠다. 5일에는 반드시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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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