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폭행하고 추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50대 피고인 측이 항소심에서 제출된 녹취록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라고 주장했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5일 오후 3시 50분 231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심리했다.
검찰은 이날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고인이 돼 슬픔을 표하며 하지만 피고인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계속해서 사소하게 바뀌고 있으며 1심에서 증거로 채택한 녹음파일 역시 무단으로 녹음돼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메신저를 하며 증거를 남기기 위해 고의로 녹음을 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주장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 측 주장대로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며 검찰 측에 진술을 의견서로 요청했다.
특히 A씨 측 변호인은 확인되지 않은 SNS 메신저 서비스에 대해서는 “녹음파일에 타이핑 소리가 SNS 메신저를 이용한 것인가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고 나왔다”라며 “과거 가입돼 있다가 피해자가 돌아가셔서 가입이 해제돼 가입되지 않았다고 나온 것이며 타이핑 소리가 컴퓨터 키보드로도 메신저 이용이 가능해 피해자가 코치를 받아 녹음을 했을 수도 있어 관련 의견서를 추가로 내겠다”라고 주장했다.
이때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탄식을 터뜨렸다.
A씨 측에서는 피해자 모친과 피해자의 정신상태를 알고 있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8~2019년 당시 피해자를 직접 지도했던 교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불필요한 증인신문이라고 밝혔으며 재판부 역시 모친의 증언이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도교사의 경우 양측의 사실확인서와 의견서 등을 종합해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A씨의 구속 만기일을 고려해 다음 달 10일 오후 5시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며 증인이 채택될 경우 이날 증인 신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 친족성폭력피해자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대전고법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사망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건처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A씨는 지난 2021년 12월께 친딸인 B(21)씨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머리채를 잡고 벽에 밀치는 등 수차례 폭행을 저질렀으며 이후 B씨의 바지를 벗기려고 시도하는 등 추행한 혐의다.
특히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아빠는 다 허용된다”며 B씨에게 뽀뽀와 포옹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A씨를 신고한 B씨는 지난해 11월 7일 자신이 경찰 공무원 준비를 위해 다니던 전문직학교의 기숙생활 시설인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지만 10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다는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피해자가 싫다고 거절하거나 울부짖는 소리는 피고인이 범행을 시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말들로 보이며 피해자가 허위나 무고를 위해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 측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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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