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꼬치에 손바닥 찔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유행처럼 번진 중국 간식 '탕후루'에 대한 쓰레기 배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져 음식을 먹고 남은 꼬치가 길거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던 지난 1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주변에 4곳의 탕후루 가게가 있는 곳이다.
길바닥, 전봇대 앞, 재활용 쓰레기봉투 등 거리 곳곳에는 탕후루 꼬치와 종이컵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었다. 이른 오후 시간대 수거됐지만 불과 4시간여 만에 늘어난 양이다.
가로청소 환경공무직 근로자는 재활용 봉투에 꽂힌 꼬치를 분리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5년째 가로 청소를 하고 있다는 신태동(68)씨는 "탕후루 인기가 늘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쓰레기도 늘어났다"며 "뾰족한 꼬치를 분리하다 손바닥이 찔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여름에는 설탕이 녹아 끈적하고 벌레도 꼬여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파가 붐비는 곳은 가장 빈번하게 버려지는 꼬치, 플라스틱 컵 등 쓰레기만 분류하는 수거함도 눈에 띄었다.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를 단속하기 힘든 것에 대해 시민에게 양심에 맡기기 위한 대책이다.
동성로 환경공무직을 총괄하는 최정모(50)씨는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 플라스틱 컵 등 쓰레기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두 달 사이 늘어난 탕후루 꼬치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시민들이 40cm가 넘는 꼬치를 잘 접어서 탕후루 꼬치 분류함에라도 넣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 곳곳에서 탕후루를 들고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탕후루 가게 주변은 오히려 쓰레기 배출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들어 가게별로 꼬치 수거함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가게 관계자 한모(27)씨는 "가게에서라도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 수거함을 따로 마련했다"며 "하지만 자리를 뜨는 손님에게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무분별한 탕후루 꼬치 배출 현상에 대해 설탕의 끈적함이 한몫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학원으로 이동하던 서영진(23·여)씨는 "설탕이 재료라 금방 녹는 탓에 끈적함을 견디지 못하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대충 버리는 것 같다"며 "가게 앞에서 다 먹고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홀이 없는 탕후루 가게에서는 불가능한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업소 중 간판에 '탕후루'가 기재된 곳은 총 50개소다. 이중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영업 신고가 된 곳은 29개소로 두 달 동안 58%가 급증했다.
구·군별로 보면 지난 15일 기준 달서구 13개, 북구 11개, 수성구 6개, 동구 6개, 달성군 6개, 중구 5개, 남구 3개다.
한편 과일과 설탕의 조합으로 만든 탕후루는 건강에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 서구의 한 내과 전준하 전문의는 "설탕에 풍부한 포도당과 과일에 풍부한 과당을 함께 섭취하면 신체는 과당을 에너지원으로 바로 사용하지 못해 간과 복부에 지방으로 축적된다"며 "소아비만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대에 권장하고 싶은 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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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