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감식 통해 1구 확인…도외 신원 확인 처음
1949년 토벌대 피해 숨었다 자수…대전형무소 복역
오는 10월 5일 제주 봉환식·신원확인보고회 예정
70여년 전 제주4·3 당시 사라졌던 희생자가 대전에서 유해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생사를 알 수 없던 행방불명 4·3희생자 신원을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도외에서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6·25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역인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1441구의 유해 중 1구다. 도와 4·3평화재단이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유해는 지난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됐고 지금은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된 상태다. 세종추모의집은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임시 봉안된 곳이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고(故) 김한홍씨(1923년생)다. 제주시 북촌리 출신으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준다’는 소문에 자수했다. 하지만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가족과 연락이 끊겼고, 같은 해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아 대전형무소에 복역한 기록이 남아있다.
도와 4·3평화재단은 74년 동안 타지에 잠들어 있던 고 김한홍씨의 유해를 제주로 옮겨올 계획이다. 오는 10월 4일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4·3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지낸 뒤 화장해 다음 날 항공기로 제주에 봉환할 예정이다. 유해는 같은 날 오후 4·3평화공원서 봉환식을 갖고 신원확인보고회를 거치게 된다.
이전까지 발굴된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는 413구로 이 중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모두 도내에서 발굴된 것이고 이번에 도외에서 처음 1구가 확인됨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희생자는 142명으로 늘었다.
도 관계자는 “도내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만 아니라 광주, 전주, 김천 등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사업도 다른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으로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사이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지금까지 144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기술하고 있다. 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4·3 희생자는 1만4738명이고, 4·3평화공원에는 4007기의 행방불명인 표지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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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