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존치 가닥…환경 논란 ‘불 놓기’는 빠질 듯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 26일 권고안 발표
도민 인식조사·원탁회의서 ‘존치’ 의견 다수
탄소배출·산불 등 우려 불식 대안 마련 주문
오 지사도 ‘불’ 부정적…시, 추석 이후 입장 발표

환경훼손 등의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제주들불축제가 일단 존치될 전망이다. 다만 들불축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불 놓기'는 사실상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탁회의에 따른 권고안을 발표했다.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는 앞서 지난 19일 제주시 아젠토피오레컨벤션 2층에서 열렸다. 원탁회의에는 도민 참여단 187명(정원 200명)이 참여했다.

운영위는 권고안 발표에서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이뤄진 들불축제 존폐 및 대안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에서 '들불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56.7%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또 원탁회의 당일에는 '들불축제 유지'가 50.8%로 도민 인식조사보다는 낮았지만 원탁회의 참석자 절반 이상이 존치에 찬성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41.2%고 '유보'가 8%다.

들불축제 변화를 위한 대안에서는 '현행대로 유지'가 30.5%로 가장 많았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새별오름 그대로 보존'이 20.3%, '오름 불 놓지 않기'가 19.8%, '다른 축제 개발 추진'이 18.2%였고 '기타'가 11.2%다. 들불축제를 위해 새별오름에 불 놓기를 하지 말자는 의견(오름 불 놓지 않기+그대로 보존)이 다수(40.1%)인 셈이다.


운영위는 권고안에서 "들불축제가 제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직접적으로 들불축제에서 '불 놓기를 빼자'는 직접적인 표현만 없을 뿐, 불 놓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제주시도 운영위 권고안에 대해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원탁회의에서 현행 그대로(불 놓기 유지)보다는 탄소배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운영위 권고안도 불 놓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심도 있는 논의 및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충분히 검토한 뒤에 추석 이후에나 시의 공식 입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석 이후 시의 공식 입장 발표 시 차후 들불축제에서 불 놓기가 빠지고 다른 프로그램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앞서 지난 4월 13일 도정질문에서 들불축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들불을 놓는 것 자체는 앞으로는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고 불 놓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제주들불축제는 과거 야초지 해충구제 등을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재해석한 것으로 특별자치도가 출범(2006년 7월)하기 전인 1997년부터 개최됐다. 당시 북제주군(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를 오가다 2000년부터 새별오름이 축제장으로 지정됐다.

매해 정월대보름에 열리다 2013년부터는 경칩을 낀 주말로 개최시기가 정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 제주도 최우수축제 등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개최 시기인 3월이 건조해 전국에서 산불 주의보가 내려지며 특별대책기간이 운영되는데다 다른 지방에서 산불이 종종 발생하면서 제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높아졌다. 올해는 경남 합천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며 들불축제 기간 불 놓기가 취소됐고, 지난해도 경북 울진과 삼척 등의 산불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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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