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일반재판 직권재심 20명 무죄…검찰 합수단 '첫 청구'

제주지법 제4형사부, 희생자 20명 무죄 선고
군사재판 이어 일반재판 희생자 '명예회복'

70여년 전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일반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은 희생자 20명이 검찰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일반재판 희생자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강건)는 26일 검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처음으로 청구한 일반재판 희생자 20명에 대한 재심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대상 희생자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죄 등으로 불법 일반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타 지역 형무소 등에 수감돼 수형인 생활을 하던 중 행방불명되거나 총살됐다. 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생존자들도 현재는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제주4·3사건은 한국전쟁 이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한 뒤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이날 희생자 고 황후길의 아들 A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3·1절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군경에 끌려간 뒤 재판을 받고 소식이 끊겼다"며 "나 역시 연좌제로 인해 직장에서도 형사들의 감시를 받았다. 자식과 손자에게도 피해가 가는게 아닌가 싶었다"고 그간의 아픔을 전했다. 이어 "오늘 이렇게 나와서 무죄라고 하니 다행이다"며 "이번 추석 어머니 제사를 지내면서 어머니께 무죄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속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유족과 4·3 단체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거나 포옹을 하는 등 서로를 격려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일반재판 직권재심이 많이 활성화되고 계속해서 재심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망인에 되신 피고인들을 위로한다. 형언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은 피고인들과 긴긴 세월동안 고통 속에 살아오며 한이 쌓일 수 밖에 없었던 유족들이 무죄를 통해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일반재판 희생자 직권재심은 지난해 8월 법무부 ‘4·3 일반재판 수형인 직권재심 청구 확대’ 방침에 따라 추진됐다. 기존 일반재판 희생자 재심의 경우, 유족이 직접 희생자 자격을 받아야 하고 당시 판결문 등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오래걸렸었다.

이에 신속한 4·3명예회복을 위해 올해 2월부터 검찰 합동수행단에서 일괄적으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4·3군사재판 재심 대상 수형인 2530명 중 1573명(62%)이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일반재판 수형인의 경우 재심 대상자는 1800여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5%인 102명이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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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