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0시10분께 충북 청주의 한 빌라. 이곳 2층에 사는 20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출입문 앞에서 소방당국은 "문을 강제 개방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사다리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진입 가능한 높이였지만, 소방당국은 안전 등을 문제로 거절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함께 출동한 경찰이 나섰다. 경찰은 출입문 강제 개방만 고집하는 소방관들에게 사다리를 빌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진입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텅 빈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살 의심 신고는 그렇게 약 20분 만에 단순 헤프닝으로 끝났다.
구조와 구급, 화재 등 소방 활동 중 발생한 손실보상 면책 특권이 때아닌 논란이다. 면책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2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소방 활동 등으로 인한 가물 파손을 변제한 사례는 총 9건으로 집계됐다.
경찰 입회 하에 공동 대응할 경우 경찰 측에서 손실 보상이 이뤄지기도 해 실제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의 인명 구조 활동으로 재산 손실을 당할 뻔했다는 한 시민은 "소방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소방관 개인 사비로 변상하는 일 있으면 안 되겠지만, 면책 특권만 믿고 물리력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매번 구조를 위해 문을 부수거나 창문을 깨뜨리면 개인 재산권은 물론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시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공권력은 긴급한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만 사용돼야 한다"며 오·남용에 대한 면죄부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반면 민·형사상 책임 문제로 인해 소방 활동이 위축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민·형사상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분초를 다투는 현장에서 소방관이 더 과감하게 활동하기 위해선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민·형사상 면책법이 절실하다"며 "면책 조항과 같은 근본적인 권한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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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