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74년만에…" 제주4·3 희생자 유해 봉환식 엄수

1949년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고 김한홍씨
민간인 학살터 '대전 골령골'서 유해 발견돼
5일 고향 북촌리서 봉환식…'타 지역 첫 사례'

대전 골령골 민간인 학살터에서 유해가 발견된 제주4·3 희생자가 7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영면했다. 제주 이외 지역에서 4·3희생자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 일대에서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신원확인 4·3 희생자 봉환식'을 거행됐다. 오후에는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했다.

이번 봉환 희생자는 고 김한홍씨로, 74년 전인 1949년 제주4·3 당시 북촌리 주민이었다. 26살 청년이었던 고 김한홍씨는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결국 주정공장수용소로 끌려갔고, 이후로 가족과 소식이 끊겼다.

그러다 2021년 대전 골령골 민간인 학살터(1-A구역)에서 고 김한홍씨의 유해가 발견됐고,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제주 이외 지역에서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형인 명부에 따르면 고 김한홍씨는 1949년 7월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수형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형무소 내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골령골에서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오전 유족인 백여옥(며느리), 김준수(손자), 김효정(손녀)씨 등은 세종 추모의집에 안치된 고 김한홍씨의 유골함을 들고 제주에 입도, 북촌리에서 열린 봉환식에 참석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또 희생자의 생가를 방문해 노제를 올리는 등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넋을 기렸다.

이날 봉환식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평범한 북촌청년은 74년 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가족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수십 년을 피맺힌 한으로 살아왔다"면서 "실종 13년이 지난 후에 어쩔 수 없이 사망 신고를 해야 했고, 돌아가신 날을 몰라 생신날을 제삿날로 모셔야 했던 원통함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고 위로했다.


고 김한홍씨의 유해는 4·3평화공원 봉안관에 안치됐다. 봉안에 앞서 열린 신원확인 보고회에서 손자 며느리 백여옥씨는 유해함에 '김한홍' 이름표를 붙였다. 백씨는 "아버님을 찾아주신 데에 너무나 감사해서 서러운 눈물 밖에 안 나온다"며 "나 역시도 아버지 등 가족 11명이 북촌리 학교 마당에서 목숨을 잃었다. 4·3이라면 눈물이 나고 피눈물이 나서 더는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제주4·3 수형인 명부를 통해 확인된 행방불명 수형인은 17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 광주와 전주, 김천 등에서 수형인 생활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제주도와 평화재단은 도외 지역 4·3희생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사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업해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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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