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가짜뉴스 중징계 드물었다" vs 野 "인터넷언론 심의 법적근거 부족"
여야가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인터넷 언론사 보도물 심의 확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 근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심위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방심위가 최근 중징계를 내렸다. 그 이전에 솜방망이 처벌이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오보 사태가 나온 게 아니냐"고 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기사를 인용보도한 방송사와 관련해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에 대해 "뉴스파타를 인용해 보도한 모든 뉴스들이 이를 시인하고 사과방송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확인에 대한 노력 없이 녹취록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인용했다. 이는 정확한 사실보도로 올바른 여론형성을 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 YTN, JTBC(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뉴스9', YTN '뉴스가 있는 저녁', JTBC 'JTBC 뉴스룸')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은 방심위 제재 중 가장 높은 수위로,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이같은 무더기 중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 허위방송을 내보낸 부산·경남 민영방송 KNN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이전까지의 최고 수위 징계였다.
이와 관련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방송사들의 가짜뉴스 사례가 많았는데, 왜 중징계 사례가 드물었냐"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2008년 방심위 출범 이래 2019년 KNN에 대해 과징금 사례가 딱 한 번 있었다"며 "당시에 위원들의 전원 일치로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그 이후에 심의 규정 위반 사례가 많았는데도 중징계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범죄 관련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잔혹한 범죄 영상의 유포행위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 규정이 2018년 방심위 출범 이후에 총 3번 바뀌었는데, 2015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의 방송통신환경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급속도로 바뀌었는데, 심의규정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심의 규정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과 관련해 "유튜브 채널에 나온 섬네일(작은 크기의 견본 이미지)은 거의 사기 수준이다. 사기성이라 이를 방심위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류 위원장은 "여러가지 심의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 심의를 골자로 하는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을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여론에 따른 조치다. 방심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기능과 별도로, 인터넷 언론사의 콘텐츠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의거, 가짜뉴스 관련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며 류 위원장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앞서 류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취임사를 통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적 존재가 된 내외부의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우리 위원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방심위 사무처 팀장급 직원 11명은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추진'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 침해, 언론 탄압 등을 이유로 우려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방심위 팀장 11명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방심위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지난 6일 올리고, 류희림 위원장에게 서면으로 전달했다.
이정문 의원은 "방심위는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하면서 구성원들의 의견도 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저희로서는 실국장과 긴밀히 협의해서 추진했던 일"이라며 "11명의 팀장이 그렇게 저에게 의견을 보내왔다"고 답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심의 규제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처음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추진과 관련해 "언론의 자유 침해, 이중 규제 등을 이유로 우려의 뜻을 밝힌 방심위 팀장 11명을 징계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아니다. 내부적인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방심위 법무팀은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건의 의견서를 작성·보고했다. 1차 검토에 따르면 방심위 법무팀은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물은 통신 심의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2차 검토에서 '인터넷신문 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기사는 심의 가능한 것'으로 의견을 바꿨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심위의 인터넷언론 심의 관련 법률 검토 결과가 왜 1차, 2차때가 다르냐. 모두 방심위 법무팀에서 검토·보고했는데 내용이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법원 판결이 1심, 2심이 다를 때가 있듯이 방심위도 마찬가지였다. 두 차례 법적검토를 거쳤다"고 답했다. 이어 "인터넷 언론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방심위가) 심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따라 2차 검토 의견을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심의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는 지난달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센터장 1인과 직원 6명, 모니터 요원 10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긴급재난 사항,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항을 다룬다.
이정문 의원은 "방심위는 가짜뉴스 관련해 방향도 못 잡으면서 조직개편을 했다"며 "갑자기 센터 출범과 조직개편을 하다보니 (직원들이) 업무를 인수인계할 시간이 부족하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일과 직전 부서 일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일과 직전 부서 일을 같이 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일이 과중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 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국감 발언에 대해 "굉장히 전지적 작가 시점의 말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너무 분명하지 않냐며 심의해야지'라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판단 기준이 임의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어떤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중에 그 판단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이 사실관계를 다루는 문제는 결국에는 법의 문제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이 준사법적 기능을 하는 이유도 그만큼 사실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지 않고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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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