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밝혔는데…法 "한전, 감경사유 고려 안 한 입찰 제재 부당"

송·배전 선로의 맨홀뚜껑 구매 입찰에서 회사 5곳 담합
자진 신고·조사 협조, 담합 경미한 2곳 6개월 입찰 제한
"감경사유 고려 안 한 재량권 일탈·남용, 처분 취소해야"

입찰 담합을 자진 신고하거나 담합 행위가 경미한 회사에 감경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입찰 자격을 제한한 한국전력공사의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A·B주식회사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A·B사는 과거 다른 회사 3곳과 함께 한전이 발주한 송·배전 선로의 맨홀뚜껑 구매 입찰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거쳐 낙찰가 담합이 드러났다. A·B사를 포함한 회사 5곳은 개선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한전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지난해 11월 A·B사를 비롯한 5곳에 6개월 동안(지난해 11월~올해 5월)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A·B사는 한전이 감경 사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입찰 제한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A사는 "담합 자진 신고자로, 담합 행위를 없애는 데 기여했다. 과징금도 면제받았다"고 주장했다.

B사는 "담합 정도가 다른 회사들에 비해 경미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한전은 옛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처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입찰 담합 행위의 동기·내용·횟수 등을 고려해 구체적 타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재량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사는 담합을 자진 신고한 뒤 증거 자료 등을 제출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협조했다. 공정위가 이 사건 입찰 담합 행위 실체를 밝히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B사는 담합한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낙찰 건수 기준 5%, 계약금 기준 3% 정도로 불법성의 정도가 상당히 경미하다. B사는 담합 회사 중 유일하게 조달청으로부터 고발당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또 "A·B사의 이런 사정은 국가계약법령 등에서 정한 감경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한전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A·B사에 나머지 회사들과 동일하게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이는 비례·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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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