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간접납품업체 불공정 만연한데…손놓은 '공정위'

간담회서 대책 약속…대리점 표준계약서, 실효성 없어
김성주 의원 "횡포 심해지면 국민 부담…직권조사 나서야"

의료기기 간접납품업체 3곳 중 1곳이 병원장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하며 폭리를 취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을 관계에 놓여 있는 의료기기 제조사의 피해는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병원재단이 직접 운영하거나 친인척, 재단 관계자 등이 운영하는 간납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기기 유통질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44개 의료기기 간납업체 중 16곳(36%)의 지분구조가 특수관계에 해당했다.

이 가운데 2촌 이내 친족이 운영하거나 의료기관이 지분을 소유한 간납업체가 각각 7곳을 차지했다.

국내 간납업체가 의료기기 제조사와 병원 사이에 자리하며 통행세와 같은 수수료를 걷고 있는 게 의료기기 업계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간납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대형병원과 거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의료기기 업계의 우려는 이미 공정위에 전달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간담회'를 통해 간납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후 공정위는 '의료기기 대리점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간납업체가 대리점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는 간접납품 표준거래약관이 필요하다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이미 갑을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간납업체의 만연한 갑질을 업계가 공정위에 신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공정위에 간납업체를 신고했으나 간납업체의 눈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결국 공정위는 조사를 시작조차 못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접납품회사의 횡포가 이어질수록 건강보험 재정 빼먹기가 심화할 것이고 국민의 의료비 지출도 가중될 것"이라며 "공정위가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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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