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성행위' 군형법 조항 합헌…헌재 5대4로 결정

"동성간 합의하더라도 방치시 군기확립 위해"
"자기결정권 제한돼도 공동에 영향 고려해야"
"'그 밖의 추행' 모호…명확치 않아" 소수의견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강제력 행사 여부와 행위 주체 등에 관계 없이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현행 군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군 특수성을 감안할 때 동성 군인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더라도 이를 방치하면 군기 확립과 전투력 보호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군형법 92조6(추행)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거에도 세번에 걸쳐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해당 조항 관련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 당사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재판의 전제성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앞서 육군 사병으로 복무하던 A씨와 B씨는 동성 간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통군사법원은 2016년 6월 피고인들이 전역하자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이송했는데, 해당 법원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군형법 92조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라는 기존 해석을 뒤집고,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뤄지는 경우 군기를 직접·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았다면 추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 같은 전합 판례 등을 고려했다고 헌재는 밝혔다.

다수 재판관들은 "동성 군인 사이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라 해도 경계초소 등 근무장소에서 이뤄지거나 전시 또는 야외훈련과 같은 임무수행 중 이뤄진다는 국가 안전보장 및 국토 방위의 의무를 지는 국군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적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이고 군인에게도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인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기본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며 "사적 공간 외 장소에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성적자기결정권이 제한되더라도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생활과 군기를 직접·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한 이를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들 재판관은 "동성 군인 간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명령체계나 위계질서가 위태로워지고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해당 규정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 4명은 "이 사건 조항은 행위 주·객체와 시간·장소 등에 관해 구체적 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란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을 사용해 법 해석과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초래한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냈다.

김기영·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동선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외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동성 간 성행위가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라는 것을 전제해 그 자체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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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