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5명 중 1명, 임금 제대로 못 받아…"법 사각지대 놓여"

1041명 대상 조사…최저임금 미달도 22.3%
"근로자 개념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해야"

프리랜서 5명 중 1명은 임금을 늦게 받거나 받지 못했으며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무용지물이 대부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노동공제회)와 프리랜서 권익센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프리랜서 불공정·고충 실태보고 및 권리보호 정책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노동공제회가 지난 1년간 프리랜서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중 지난 1년 간 임금 지연 및 미지급을 경험한 경우가 20.9%였다. 특히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던 프리랜서는 연평균 2.9건으로 같은 경험을 했고, 그 규모는 평균 331.1만원 수준으로 월평균 수입의 1.6배에 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지자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미수금을 받은 비중은 0.6%에 그쳐 사실상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대처 방안은 의뢰인(클라이언트)에게 항의하는 것이었고, 그마저도 항의를 통해 미수금을 받은 비중은 9.4%였다.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도 22.3%였다. 가장 높은 시간당 임금을 보인 업종은 강사(2.52만원)였고, 만화·웹툰업계(1.34만원)가 가장 낮았다. 만화·웹툰업계의 최저임금 미달 비중은 50.4%였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조건 불공정 변경, 폭언·폭행 등 행위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또 사회보험 가입 비율도 낮았다. 코로나19 이후 프리랜서의 비자발적 실업경험은 53.4%으로 평균 실업기간은 7.3개월에 달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이 31.1%에 그쳐 이들 대다수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에서 프리랜서 86.8%는 근로자와 동일한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실업급여 안전망을 희망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이들의 37.1%는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고, 표준계약서를 모르거나(29.7%), 클라이언트의 반대(29.4%)로 활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현호 프리랜서 권익센터 운영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의 보호 여부는 법적 근로자와 자영업자라는 이분법에 의해 이뤄지는데, 어느 한쪽으로 분류가 어려운 프리랜서는 법적 사각지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법적 근로자 개념을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고, 법·제도적인 보호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유니온센터 이사장)도 "플랫폼노동이나 프리랜서와 같은 새로운 노동형태(1인 단독 노무제공자 혹은 독립 계약자 등)에 있어 일반적인 노동의 보호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수진 의원은 "무늬는 프리랜서이지만 사용종속성이 강한 문제, 최저임금 미만의 열악한 보수 수준 등의 실태는 프리랜서들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국가적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은 부족하지만 프리랜서들에 대한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한 이은주 의원 역시 "해당 법안은 일하는 사람을 폭넓게 규정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노동자, 그리고 1인 자영업자까지 보호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약자보호를 위해 노무제공자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법제화를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각종 업계의 프리랜서들이 참석해 실태를 증언했다.

통역사로 일하는 우기홍씨는 "통역료를 깎거나 3개월이나 1년 이상 지난 후에 받거나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문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프리랜서 통번역사는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관련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만화·웹툰 분야 프리랜서는 지속적인 작업뿐 아니라 단건 작업도 많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에 있는 작업도 많기 때문에 프리랜서 연계 및 계약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며 "공공 지원은 꾸준히 확장되고 있지만, 미수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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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