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자격 정지기간 병원 요양급여비 환수 부당" 판결…왜?

보험진료수가 허위 청구한 종합병원 2개월간 영업 정지
건보공단,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뒤 행정소송 잇단 패소
"환수 재처분지침, 내부규칙으로 적법성 보장되지 않아"
"허위 청구자 정지기간 의료 행위 안 해, 불법 고의성↓"
"보험 건전성 확보란 공익 고려해도 병원 불이익 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보험료 허위 청구가 적발된 병원에 지급했던 요양급여비를 2차례 환수 처분했으나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법원은 건보공단이 앞선 소송 패소 이후 만든 환수 재처분 지침에 적법성이 없고, 병원 공동 개설자들의 불법성 정도와 고의성 등을 두루 살피지 않아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의사 A씨 등 4명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등 원고 4명은 2008년 2월 광주 서구에 종합병원을 공동 개설했다. 2016년 3월까지 개설자·대표원장을 변경해 운영했다.

A씨는 앞서 2012년 7월 자동차 종합보험 환자의 보험진료수가를 허위 청구했다가 적발됐고, 같은 해 10월부터 11월까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6월 의료업 정지 처분 기간 지급한 요양급여비 5억 3310만 원을 환수하겠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했다.

원고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선행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2021년 6월 요양급여비(기존보다 20% 감경한 4억 2185만 원)를 환수한다고 다시 통보했다.

원고들은 "선행 판결에서 건보공단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됐다. 재차 환수 통보를 한 것은 가혹한 처분"이라고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은 2021년 2월 앞선 소송에서 패소하자 요양급여비 환수 재처분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4개월 뒤 원고들에게 환수 재처분을 내렸다. 이 지침은 선행 판결 취지에 따라 환수 재처분을 하기 위해 마련한 행정 규칙으로 적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부당 청구 고의성(0~15점)과 기간(0~10점), 요양기관 자진 신고(0~10점), 환자 위해 정도(0~15점) 등 4가지로만 환수 재처분 지침·기준을 정했다. 환수 재처분 때 고려할 사정이 매우 다양한데 4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한 것은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건보공단이 지침상 원고들의 부당 청구 고의성을 14.8점으로 판단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병원 공동 개설자 중 1명(A씨)이 의료법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 나머지 공동 개설자에게까지 효력이 미치는지 선행 판결 전까지 명확한 해석이 없었다. 법률전문가도 아닌 원고들은 자격 정지 처분에도 병원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 관계 법령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은 A씨를 제외하고 병원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담당 공무원의 잘못된 안내로 병원의 공동 개설자를 A씨를 포함한 4명으로 유지하되, 대표원장만 변경했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원고들의 부당 청구 고의성을 높게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A씨가 자격 정지 기간에 어떤 의료 행위도 하지 않아 환자 수와 진료비가 상당 부분 감소했던 점, 환자들은 A씨를 제외한 원고 3명과 봉직의 6명으로부터 진료받은 점, 보건복지부장관이 2012년 7월 자격 정지 처분에 따른 지도를 하라고 광주시에 요청했는데도 광주시가 A씨를 공동 개설자로 유지해 적절한 행정 지도를 하지 않은 점, 건보공단이 자격 정지 기간 개시일로부터 4년 9개월, 8년 9개월이 지나 2차례 환수 처분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공익보다 원고들의 불이익이 과한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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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