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공관위원장 추천 요청에 김기현, 즉각 거부…혁신위 해산 수순

여 혁신위, 출범 한달여만에 사실상 동력 상실 '수순'
인요한-혁신위, 비대위 거론…김기현, 후폭풍 불가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한달여만에 사실상 해산 수순을 밟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30일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6호 안건으로 정식 채택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안을 관철할 수 있도록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승부수도 걸었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요구를 2시간만에 거부했다. 혁신위가 답변 기한으로 제시한 다음달 4일까지 지도부 차원에서 숙고하거나 혁신위와 물밑 조율하는 시도 조차 하지 않고 인 위원장의 돌출 행동을 일축해 혁신위가 좌초할 상황에 몰렸다.



지도부의 행보에 혁신위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준석 전 대표의 부모 발언 논란 이후 잠행하던 인 위원장은 30일 혁신위 회의에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거론하고 나섰다. 혁신위원 사이에서도 혁신위 조기 해산은 물론 비대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위는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11차 회의에서 당초 권고안으로 내놨던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의결했다. 혁신위는 3일 불출마를 권고했지만 당 지도부 등은 거부하거나 침묵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 대표를 향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고 요구했다. 당 일각에서 '혁신위원부터 희생하라'는 요구에 답하면서 희생 요구에 침묵하는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를 향해 "혁신위에 전권을 주시겠다고 공언했던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길 바란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회의에 앞서 김 대표 체제 해체를 의미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혁신위)가 마감하면 운동선수처럼 바통을 넘겨주고 또 들고 뛰어야 한다. 선거대책위원회나 비대위나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원들도 당 지도부 등에 용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관찰된다. 다만 혁신위 조기 해산,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해서는 강온 온도차가 엇갈리고 있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혁신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김기현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냐'는 물음에 "전체적인 의견을 모아야 하겠지만,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이 체제로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관련 질의에 "그간 혁신위에서 수고를 많이 했다"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 접촉하고 있는 공관위원장 후보군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츰 때가 되면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일이라고 하는 게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다. 시간과 때와 장소 여건을 맞춰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아시다시피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공관위원장을 하자 말자 그게 논의할 계제가 되겠느냐"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