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밤 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 취지 좋지만 신빙성 의심"
"대화 내용 녹취해서 북에 보고했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주 간첩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청주지법 제11형사부(김승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충북동지회 손모(49) 씨 등 3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송 전 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시절 피고인들과 면담한 '통일 밤 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에 대해 "통상적인 대화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게 "민간단체가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하나로 100만 그루 북측에 보내기 사업에 이점을 설명하고 증인에게 특정 부분 요청했던 게 사실인가"라고 신문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북한 산림, 묘목을 지원하는 게 다가오는 통일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묘목)100만 그루는 비용이 장난이 아닌데, 감당할 단체로는 의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충북동지회와)면담 때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 등 실체 여부가 확인이 안 됐다"면서 "북에 쌀을 보내준다고 해도 북에서 안 받는다는 경우가 많았는데, 밤나무 100만 그루를 요청해서 사업의 신빙성을 의심됐다"라고 말했다.
동해북부선 철도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여러 차례 언급됐는데 진행이 늦어져 정부가 소극적인 것 같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당시 남북협력 관련 업무를 한 사람들이었다면 모두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증인신문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피고인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시민단체가 저와 대화했던 내용을 녹취했다고 해서 상당히 당혹감과 유감을 느꼈다"며 "저와 대화했던 내용을 녹취해서 북에 보고했다면 이런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북한의 체재 위협적 성격을 통제하고 있고,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허용하는 법 체재 하에서 협력을 해야한다"면서 "북의 지시를 받거나 북에 보고하거나 이런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2020년 10월 20일 송 전 대표와 피고인들이 '북녘 통일 밤 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전 국민운동'과 남북 철도사업에 관해 대화한 송 전 대표의 입장이 담겼다.
녹취 파일에서 송 전 대표는 충북동지회에 "북에서 밤을 왜 요구하냐"며 "내가 북측한테 연락해서 정확하게 의도가 맞는지 한 번 물어보겠다"라고 말했다.
동해북부선 철도사업에 대해선 "내가 화가 나는 게 대통령(문재인)께서 말씀만 하면 '동북아 철도 공동체', '시베리아 철도 연결'이라고 하면서 강릉~제진 간 100㎞ 공사를 안 했다. 이제야 내년 말 착공"이라며 "그래서 내가 문 대통령한테 초기부터 하자고 그래도 왜 그리 소극적이었는지"라고도 했다.
검찰은 충북동지회가 면담 닷새 후 송 전 대표와의 대화 요지, 답변 등을 북한 측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북측에 보고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밀 유출이라는 견해다.
청주간첩단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해 4년간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가기밀과 국내 정세를 수집·보고한 혐의로 2021년 9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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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