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넉달 연속 3%대…농산물 3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전월비 0.6%↓…1년만에 하락 전환
신선식품지수 14개월 만에 최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3% 오르며 넉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다만 상승폭은 4개월 만에 축소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내림폭 확대, 농축산물, 내구재, 섬유제품 등의 가격 상승폭 둔화 등이 물가 상승을 막아서면서 전체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100)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8월(3.4%), 9월(3.7%),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 6월(2.7%)과 7월(2.3%)에는 상승률이 2%대로 축소됐다. 그러다가 8월부터 석 달 연속 물가 상승폭이 확대됐으나 지난달 넉 달 만에 둔화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6%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0.1%)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8%, 3.0%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6.6% 올랐다. 채소류(9.4%)와 과실(24.1%), 곡물(7.7%) 등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13.6% 상승했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사과(55.5%), 쌀(10.6%), 토마토(31.6%), 파(39.3%), 귤(16.7%), 오이(39.9%)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산물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57%포인트(p)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통상적으로 채소는 생육기간이 짧기 때문에 기상 여건이 좋아지면 많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실 같은 경우 1년 단위기 때문에 단기간 내 가격이 하락하기 어렵다"며 "농산물 물가는 기상 여건이나 수급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농산물 가격도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낮아지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채소류는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새로 출하가 시작되면서 떨어질 것"이라며 "과일은 1년에 한 번 나오면서 작황 부진 영향이 조금 더 가겠지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도축 마릿수가 증가하고 정부 측 공급 확대 등으로 축산물 물가는 1.3% 하락했다. 국산 쇠고기(-3.6%), 돼지고기(-2.4%) 등의 가격도 내려갔다. 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8% 올랐다.

공업제품은 2.4% 상승했다. 아이스크림(15.6%), 우유(15.9%), 빵(4.9%) 등이 가격 강세를 보이면서 가공식품은 5.1% 상승했다. 소주, 맥주, 냉동식품 등의 가격이 올라간 영향이다.

휘발유(2.4%)는 올랐으나 경유(-13.1%), 등유(-10.4%), 자동차용 LPG(-5.8%)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석유류 물가는 5.1% 내려갔다.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5%p 끌어내렸다.

장보현 과장은 "유가는 최등 등락을 크게 하고 있어 상황을 봐야 한다"며 "지정학적 요인으로 중동 지역, OPEC 감산, 세계경제 수요 등에 따라 등락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내에는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면 안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전기료(14.0%),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등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상승했다. 유치원 납입금(-9.7%), 국제항공료(-2.5%)는 내려갔으나 시내버스료(11.2%), 택시료(20.7%) 상승폭이 컸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4.2% 올랐다. 외식 물가와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각각 4.8%, 3.7%로 집계됐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4.0%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7%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해 9월(12.8%)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해 3월(3.3%)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작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3.0% 상승했다. 지난해 3월(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보현 과장은 올해 물가 전망과 관련해 "지난 몇 달간 예상보다 높았다"면서 "이전보다는 (지난달 물가가) 떨어졌지만, 당초 6월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에서 본 경로보다는 물가가 높은 경로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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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