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서 최종의견 "어느 사건보다 공정 수사"
'무죄' 원심 저격 "비상식 결론 나오면 재발"
"항소심까지 선택 기소" 비판…1월 2심 선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에게 검찰이 또다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연구위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이 억지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5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고검장의 항소심 4차 공판기일을 열고 재판 종결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연구위원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뤄진 1심 결심 당시 검찰의 구형량과 같다.
검찰은 최종의견을 통해 "공익 제보로 시작된 이 사건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며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상대로 수사를 해야만 했기에 그 어떤 사건보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심 결심 과정에서 수사팀은 피고인의 자리에 어느 누가 있더라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무마시켰다면 똑같이 수사했을 것이고 똑같은 결론을 냈을 것이라 했다"며 "이 사건은 사회뿐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향후 상급기관의 정상적인 지휘 확립과 업무 수행을 위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은 수사 검찰의 명확한 의지가 대검찰청에 전달됐으나 권리를 남용해 이를 묵살했다"며 "원심과 같이 비정상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본건과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원칙대로 수사해 상식을 요구하는 것이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라며 "재판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인으로서 신앙과 양심을 걸고 사건에 개입한 사실도 없고 이유도 없다"며 "검찰의 논리는 제 수사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항변했다.
이어 "검찰은 저 한 사람만 콕 집어 기소를 했고 이에 따라 저 홀로 법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저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항소심 재판까지도 너무나 선택적인 기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령에 따라 총장께 보고했고 상황을 파악했으며 지시에 따라 일선 청에 지시를 전달한 것뿐"이라며 검찰 수사를 '수석침류'(枕流漱石·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한다)라는 고사성어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에 대한 2심 선고를 내년 1월25일 내릴 예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관련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외압을 가해 중단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연구위원이 이 검사에게 긴급 출국금지 권한이 없고, 당시 허위 내사번호를 기재해 사후승인 요청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권을 남용해 안양지청에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검사에 대한 수사가 종결된 이유가 이 연구위원의 외압 탓이라는 검찰 주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한편 이 사건 관련 수사 외압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이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각각 징역 4개월에 선고유예, 무죄를 선고받았다.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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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