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대 인왕제색도 소유권 확인 청구
삼성 측 "사실 자체 명확하지 않아"
1심 "확인 청구, 분쟁 해결방법 아냐"
누구에게 소유권 있는지는 판단 안해
한 서예가의 자손이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의 소유권을 확인해달라며 삼성 오너일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소유권 확인 소송이 미술품을 둘러싼 분쟁의 해결 방법이 아니라며 이를 각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상우)는 7일 고(故) 손재형 서예가의 증손 손원경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소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원고(손씨)의 주장 사실을 증명해 국가 또는 피고들을 상대로 미술품의 인도를 청구하는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소유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법적 다툼을 위해 미술품의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소유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분쟁의 본질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란 것이다.
원고의 소유권 확인 청구에 대해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누구에게 미술품의 소유권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손씨는 조부가 소유했던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친분이 있던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에게 맡겼으나, 두 사람이 작고한 이후 삼성 측에서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손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인왕제색도' 및 그 공유지분(1/8)에 관한 소유권이 손씨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삼성 측은 손씨 주장의 사실관계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인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으나 양측은 견해차를 줄이지 못하며 결국 조정이 불성립했다.
'인왕제색도'는 긴 장맛비가 갠 후 물기를 머금어 묵직해 보이는 바위들과 수성동, 청풍계에 폭포가 생겨난 인왕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해당 작품은 국보 제216호로 지정됐다.
삼성 리움미술관에 보관되어 오던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고(故) 이건희 회장 작고 이후 이듬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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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