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전기차 배터리 활용도 높인다…이차전지 생태계 조성

정부,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내년 中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 지원법 마련
이력관리 의무화로 소비자안전·공급망 대응

정부가 2030년 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폐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미 사용한 배터리를 수리해 자동차에 탑재하거나, 배터리에 있는 핵심광물 재활용을 촉진해 주요 소재에 대한 해외의존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배터리를 떼어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성능평가를 가능하도록 하고 전주기 이력 관리를 의무화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할 예정이다.

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판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오는 2030년 폐차 수가 4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 제조는 핵심광물의 80% 이상을 중국·칠레 등에 의존하고 있고, 4대 소재도 50~80%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안을 내년 중으로 마련해 대량으로 나오는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를 제작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광물 추출 등을 통해 공급망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를 ▲수리·부품 교체를 통해 성능을 복원해 전기차용으로 활용하는 '재제조' ▲수리·부품 교체 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외 용도로 활용하는 '재사용' ▲사용 후 배터리를 분해 후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으로 구분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원법에는 사용 후 배터리 수거·운반·보관 기준,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및 정보입력 의무 등 규정을 담는다. 특히 사용후 배터리 판매·구매자 등 거래 주체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기준 준수 및 배터리 이력관리를 위한 정보제공 의무 부여한다.

재제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재사용 제품(ESS, UAM 등)의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유통·활용 촉진을 위해 3단계 안전점검 체계를 도입한다.

우선 평가기술 개발 및 평가장비를 보급해 전기차에 배터리가 탑재된 상태에서도 성능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탈거 전 상세 성능평가를 통해 재제조·재사용 기준을 충족하는 사용 후 배터리는 탈거 시부터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해 산업적 활용을 촉진한다. 현재 제한적이라고 평가되는 배터리 탑제 상태 성능평가 기술을 발전시키고, 제조업체 별로 차이가 있는 평가방식도 일원화한다.

유통 전 안전검사 단계에서는 재제조·재사용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제품의 안전한 작동 여부 등 검사기준을 마련한다. 사용 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ESS의 지속적인 안전성 확보 및 품질 유지도 보장한다.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배터리 이용 주체 및 성능평가자 등의 각 이용 단계별 정보입력 의무를 법제화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를 검사할 때 배터리도 함께 검사하고 이력관리 시스템에 입력하게 할 예정으로 배터리 잔존용량이나 화재위험성 등 안전성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재제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도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재활용 업체의 사용 후 배터리 보관·처리 가능 기간을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한다.

배터리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보조금 받은 전기차 해외 판매 시 국내 의무운행기간을 연장한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상 지난 2022년 6월30일 이전 보조금 신청 차량은 2년간, 이후 신청 차량은 5년간 국내에서 운영해야 한다. 이를 8년으로 늘려 사용 후 배터리의 국내 우선 활용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재활용 보다 재사용·재제조를 우선 권장하기 위해 '사용 후 배터리 순환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달 중으로 사용 후 배터리 순환이용을 촉진을 위해 배터리 재활용 가능성 등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 전기차 42만대 폐차 시 17만대의 핵심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생산 중인 전기차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용 후 배터리 등 이차전지 관련 정책의 논의·구체화를 위해 관계부처·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차전지 전담팀(TF)'을 운영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에 쓰인 광물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다시 유통돼 공급망 다변화, 내재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에 있는 배터리 정보를 통해 민간주도의 거래 시장을 지원하고 공급망 강화 등 정책적 활용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등에 적용 중인 특허 우선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 심사인력 확대를 통해 이차전지 특허 심사기간을 21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한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상 전기자동차 정의에 '전기이륜차'를 포함해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서비스 사업자에게 '전기사업법' 상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면제하고 이차전지 구독서비스 등 신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광업권·조광권 취득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투자·취득액의 3%)를 내년 투자분부터 적용하고,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정·제련 필수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 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향후 5년간(2024~2028년)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이 1500억원을 출자해 연말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펀드'를 조성한다. 배터리 등 첨단산업분야의 원재료·부품 확보, 해외 생산기지 확충 및 인수합병(M&A) 등을 지원한다.

지난달 29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2024~2028년, 1172억원)를 내년부터 신속히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R&D)에 올해 대비 31% 증가한 7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분야 맞춤형 핵심인재·현장인력 교육 프로그램 등에도 올해 대비 86% 증가한 42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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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