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미용 목적의 눈썹 문신이 무면허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박주영)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인이 아닌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지인 3명에게 눈썹에 마취 크림을 바른 뒤 인조 색소를 묻힌 시술용 바늘로 눈썹 표피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이같은 혐의로 약식기소(벌금 100만원)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현행 법률에서는 '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어, 의료행위의 개념은 전적으로 법원의 해석에 일임돼 있다. 이로 인해 실제 무면허 의료행위는 법원의 판례를 통해 그 개념이 정의되고 있었다.
쟁점은 A씨가 실시한 눈썹 문신 시술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혹은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여부다. 최근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이 실시하는 눈썹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미용 목적의 눈썹 문신 시술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반영구 화장 시술은 비전문가가 실시할 경우 신체에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7년 한국타투협회에서 공개한 반영구 화장 시술 관련 통계에 따르면 연간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은 사람은 600만 건에 달하며, 타투협회에 가입한 회원 수는 35만 명에 이른다.
박 판사는 의료기술과 염료의 질이 개선·발전돼 당국이 적절히 지도하고 규제할 경우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험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또 현재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는 번거로움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문신 시술을 하지 않고 있으며, 문신 시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심미적인 관점에서 타투이스트의 문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문신 시술 대부분은 비의료인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가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입장을 바꾼 가운데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는 "이같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는 모든 문신 시술을 불법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입장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인의 잘못된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현행법 아래에서도 법 해석으로 얼마든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특히 반영구 화장 시술을 합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올 8월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성식)는 미용 목적의 반영구 화장 시술은 무면허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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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