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사기' 일가족 재판행…아들은 감정가 부풀려 범행 가담

피해자 214명으로부터 225억여원 받아챙긴 혐의
보증금 등은 게임 아이템 구매 등 개인적 소비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임대인 일가가 모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아들의 혐의를 추가로 파악해 그를 직접 구속해 기소한 것이다.



수원지검 전세사기 전담수사팀(팀장 이정화 형사5부)은 27일 사기 등 혐의로 정모씨 부부와 그의 아들 정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정씨 일가는 202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약 800호의 주택을 취득한 뒤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25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임대업체 사장과 재계약을 담당하는 부사장, 감정평가사 등 각각 역할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다.

남편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다수의 건물을 사들이기 위한 법인 17개를 설립하면서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다. 대출금 700억원이 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금 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로 임대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해 공인중개사 사무소 3개를 개설하고 이곳에서 임대차 신규 계약, 재계약을 전담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 대상 호실을 포함한 일부 호실만을 담보로 제공했음에도 마치 건물 전체를 동일한 피담보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해 보증금 반환이 안전한 것처럼 임차인들을 속이기도 했다.


아들 정씨는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액으로 감정하는 '업(Up) 감정'을 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평가사인 정씨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다른 호실보다 28~63% 이상 고가 거래된 특이 사례를 기준으로 건물을 평가해 감정가를 부풀렸다.

앞서 경찰은 정씨 부부만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정씨 부부의 아들의 범행을 추가로 밝혀낸 뒤 그를 직구속해 기소했다.

아들 정씨의 범행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업 감정' 범행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받은 보증금은 남편 정씨가 게임 아이템 구매 등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국내 한 게임 계정에서 캐릭터 93개를 보유하며 아이템 구매에 13억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범죄피해재산으로 정씨가 구매한 게임 아이템 등을 추정보전 청구했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범 및 여죄를 철저히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 관련 다른 임대인인 법인 관계자와 공인중개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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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