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 담화
문재인·윤석열 비교…표면상 모두 싸잡아 비난
"文, 까다롭고 진짜 안보 챙겨" 띄우며 尹 저평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에 맞대응하는 담화를 통해 남한의 전·현직 대통령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언뜻 보면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 보이지만, 윤 대통령은 안보에 실패했고 문 전 대통령이 '진짜 안보' 대통령이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읽힌다.
김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쎄지'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1일 낸 신년사를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 확장억제를 완성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강력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이 북한 군사력 증강의 "'특등공신'으로 '찬양'" 받게 됐다고 우겼다.
윤 대통령의 대북 억제력 강화 기조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북한에 핵·미사일 고도화 명분도 줬다는 주장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런 세상을 맞고보니 청와대의 전 주인이 생각난다"며 별안간 문 전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다.
표면 상 김 부부장은 "영특하고 교활", "특유의 어눌한 어투" 등 표현을 써가며 문 전 대통령도 비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한의 진보·보수 정권 모두 흡수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것들'이라고 한데 비난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처럼 남한의 진보·보수 정권 전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남한 내 여론 분열을 노리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김 부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겼다"며 "미국산 'F-35A'를 수십대씩 반입하고 여러 척의 잠수함들을 취역시켰으며 상전(미국)에게 들어붙어 미싸일 사거리 제한조치의 완전철폐를 실현시키는 등 할 짓은 다한 것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미사일 개발을 제약했던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 등 문 전 대통령의 국방 성과를 나열하며 '진짜 안보' 대통령이었다고 회고한 것이다.
종합하면 문 전 대통령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안보도 챙긴 반면 윤 대통령은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남남 갈등 유발용 심리전으로 보인다. 남한이 '김정은의 입'으로 인식하고 있는 김 부부장이 직접 낸 담화는 메시지 전달 효과가 극대화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어떤 발언도 심리전이 아닌 건 없지만 4월 총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단 점이 중요하다"며 "한국 내 정치 지형을 의식해 윤석열 정부가 '진짜 안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쪽에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