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처벌하면 우리나라 기술력 해외서 손쉽게 탈취"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을 빼내 장비를 만든 뒤 이를 중국으로 넘긴 전 직원들이 항소심에서 형이 늘었다.
9일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이상호 왕정옥 김관용)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세메스 전 직원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A씨가 세메스를 퇴직한 뒤 설립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법인에 벌금 15억원을 내라고 선고했다.
이 밖에 범행에 가담한 세메스 협력사 직원 B씨 등 6명에게 각각 징역 2~4년을 선고하고, 가담 정도가 가벼운 세메스 전 직원 C씨에 대해서만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등을 내렸다.
앞서 1심은 B씨 등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가담 정도가 가벼운 2명에 대해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한 바 있다.
A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여간 세메스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부정취득해 장비 24대를 만들고 이 중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중국 경쟁업체 또는 반도체 연구소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세메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부탁하거나 퇴사 시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세메스 세정장비 관련 기술정보 및 설계도면, 작업표준서 등을 부정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세정장비는 반도체 기판에 패턴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로, 세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도체 수율 불량을 줄이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장비다.
A씨 등은 또 중국의 반도체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관련 기술을 모두 이전하고 그 대가로 합작법인 지분 20%를 받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부정취득한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 세정장비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고 관련 기술을 업체에 이전하기도 했다"며 "해당 기술은 피해 회사가 다년간 개발 및 연구해 얻은 성과이자 국가핵심기술도 있어 가볍게 처벌할 경우 기업들의 기술 개발 동기가 없어지고, 해외 경쟁업체가 우리나라가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수원고법 형사2-2부(고법판사 김관용 이상호 왕정옥)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을 해외 유출한 혐의로도 기소된 A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또 같이 기소된 세메스 전 연구원 D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 등은 2021년 6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의 핵심 도면을 부정취득한 뒤, 기술유출 브로커를 통해 중국에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약액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한 뒤 웨이퍼를 건조하는 단계에서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웨이퍼를 건조하는 장비로서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차세대 장비다.
기존 습식 세정장비의 회전식 건조로 인해 생기는 패턴 무너짐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손상을 최소화해 초미세 반도체의 불량률을 줄이는 핵심 기술로 국가핵심기술로도 지정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으며 원심은 여러 사유를 들어 해당 주장을 배척했는데 이 같은 판단은 정당해 보인다"며 "다만, 검찰의 항소 중 일부를 받아들여 일부 피고인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다시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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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