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부터 이태원 특별법까지…야당, 9건 단독 처리

민주 단독 국회 본회의 직회부만 9건
양곡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법 등
야 단독 처리에 통 거부권 행사 반복

이태원 참사 발생 1년이 넘은 지난 9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 세부 사항을 놓고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 없는 반쪽짜리 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며, 정작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는 외면받는 모습이다.



1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처리된 법안은 9건이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23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수요 대비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가격의 하락으로 재정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양곡법은 국민의힘(113명)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지난해 4월13일 재투표 끝에 부결됐다.

'간호법' 제정안 역시 지난해 4월27일 야당 주도로 처리된 뒤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돌아왔다. 야당의 재표결 강행에 여당이 부결로 맞서면서, 법안은 같은 해 5월30일 자동 폐기됐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부터 간호 인력 관련 내용을 분리해 별도 독립시키는 법안으로, 간호사의 자격과 처우 개선 등을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야당은 간호법이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며 처리를 촉구했지만, 여당은 간호법이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켜 건강권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밖에 '의료법'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도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야당 직권으로 지난해 2월9일 본회의에 직회부된 뒤 처리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등, 의료인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도 지난해 11월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각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적법하게 심사 중인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법사위원의 법안 심사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본회의에 상정됐고,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본회의에서는 노란봉투법·방송3법 저지를 위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예정돼 있었지만, 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추진에 반발해 집단 퇴장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표결에 반발한 여당의 불참 속에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규탄대회에서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며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건 대한민국의 안전이 아니라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합의되지 않은 특별법을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재난을 정쟁화하고, 대통령에게 일방적 국정운영이라는 저급한 프레임을 씌우면서, 여당에는 비극적 참사를 외면한다는 비정함을 덧씌우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야는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의혹 특검) 재표결을 두고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쌍특검법을 포함한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 벌써 4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1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가 논의에 진척을 이루지 못할 경우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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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