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 2심도 무죄 김형준 前검사 "공수처 억지 기소"

수사 편의 봐준 대가로 금품 등 수수혐의
공수처가 넘겨 받아 수사…1호 기소 사건
1·2심 "뇌물로 보기 어렵다" 무죄 판결
김형준 "정치적 억지 기소 중단해달라"
공수처 측 "판결문 받아본 뒤 상고 검토"

옛 검찰 동료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54·사법연수원 25기)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구광현·최태영·정덕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모 변호사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옛 검찰 동료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친분을 갖고 이 사건 금품수수 외 여러 금전거래가 있는 점 등을 보면 별도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변제기일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해서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향응·뇌물이란 점에 대해 피고인들이 직무 관련 금품을 인식해 이를 수수·교부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항소심 선고를 마치고 나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억지 기소'라고 규정하며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에서 무리하게 정치적으로 기소한 본사건은 이미 2016년 대검찰청 특별팀에서 무혐의로 수사를 마친 것"이라며 "이를 재탕, 억지 기소했음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고발인이 돈을 받아가 놓고도 그 중간 단계의 일부를 뇌물이라고 억지 주장하자, 그것을 무리하게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 제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공수처에서도 최소한 상식이 있다면 정치적 억지 기소, 사기 협박범에 근거한 형사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부장검사 변호인 또한 "증거가 아니라 의혹만을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공수처 측은 "판결문 내용을 받아본 뒤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을 맡았던 2015년 당시 옛 검찰 동료인 박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1093만5000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2019년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로 불린 김모씨가 경찰에 박 변호사의 뇌물 의혹을 고발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이후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이를 공수처가 넘겨받아 수사했다.

공수처는 지난 2022년 3월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재판에 넘기면서 '1호 기소' 사건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1심은 두 사람 사이 오간 금품이나 향응 등이 대가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검사라는 직무와 관련한 뇌물의 성격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직무에 대한 대가로서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직무와 관련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향응의 대가로 수사의 편의를 봐줬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별도로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김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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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