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의 파기환송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진실을 밝혀달라"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오열했다.
11일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 정현식 배윤경)는 A씨의 살인 등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피해자는 사망 전날부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까지 다녀온 상태였기에 자신의 안 좋은 상태가 니코틴으로 인한 것인지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의견서 제출한 것에 따르면 피고인이 기존에 구입해 가지고 다니던 니코틴 원액으로 충분히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과 변호인은 계속해서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응급실에서 귀가하며 자식에게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등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단순히 피고인의 외도 문제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구형에 앞서 변호인이 제출한 니코틴 용액을 재판부와 함께 시음해 보기도 했다. 검찰은 물에 용액을 몇 방울 섞어 마셔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A씨 측은 음식에 니코틴 용액을 넣을 경우 냄새로 충분히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사가 주장한 부분은 파기환송심 전에도 주장한 내용이고 대법원은 이러한 내용을 전부 종합해 대법원에서 파기시켰다"며 "또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장기간 진행된 재판에서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던 살인 방법으로 그동안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수사기관에서 범인을 잘못 지목해 진행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제출된 증거 등을 통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A씨는 재판부가 최후 진술 기회를 주자 한동안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가 "마지막인데 아쉬움이 남지 않겠느냐"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 "제 사건을 제발 무죄로 살펴봐 주시고 진실을 밝혀주길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선고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진행된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B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그러나 귀가 후인 27일 오전 1시30분~2시 A씨는 B씨에게 한 차례 더 찬물과 흰죽을 건넸고 이를 받아 마신 남편은 오전 3시께 사망했다.
아울러 A씨는 범행 후 B씨의 계좌에 접속해 300만원 대출을 받아 이득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다시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