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972년 대홍수 피해지역 국유화
하천구역 편입 몰랐던 지주들, 소 제기해
法 "계약 당시 이미 매매 불가…보상해야"
47억 배상명령…서울시 불복해 항소장 내
1972년 발생한 대홍수로 자신의 땅이 국유화 된 사실을 모르고 토지를 매도한 지주들에게 서울시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토지가 하천구역으로 편입된 이상 개인 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손실보상청구권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A씨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법원은 "서울시가 원고들에게 47억94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원고들은 지난 1969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땅 1322평을 상속받았다. A씨는 나머지 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아 해당 토지를 1973년 B씨에게 매도했다.
문제는 1972년 8월 서울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B씨에게 매도했던 땅이 서울시의 하천구역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에는 이틀동안 393.6㎜의 비가 내려 한강 유역 농경지 121.1㏊가 물에 잠겼다.
서울시는 1974년 12월 해당 토지가 위치한 지역 일대에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실시, 이로 인해 토지에 대한 등기도 정지됐다.
이를 모르던 A씨 측은 B씨에 대한 매도를 그대로 진행했다. B씨 역시 지난 1975년 해당 토지 중 1240평을 C씨에게 팔았다.
서울시는 약 27년 뒤인 지난 2002년 C씨에게 손실보상금 4억2834만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소송을 내고 "대홍수로 인해 토지가 하천구역에 편입된 후 국유화됐기 때문에 B씨와 체결한 매매계약은 이미 포락(논이나 밭이 물에 쓸려나간 상태)된 부동산에 대한 매매이므로 무효"라며 "서울시가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해당 토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해 국유화 됐다"며 "홍수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 하천구역에 편입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B씨에게 토지를 매도할 당시 손실보상청구권 등도 함께 양도한 것"이라며 "원고들에게 재차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1971년 한강 방수제 축조 및 구획 정리사업을 진행할 당시 작성한 포락지에는 해당 토지가 포락지로 기재됐다"며 "인근 토지의 경우 다른 재판에서 포락된 사실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국유화 된 토지는 개인 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매도 하더라도 원시적으로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무효"라고 부연했다.
A씨와 B씨 사이에 계약이 성립될 당시 사고팔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손실보상청구권에 관해선 "매도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인 1984년 시행된 하천법에 따라 인정됐다"며 "원고들이 B씨에게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양도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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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