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장·차관, '중처법' 앞두고 잇따라 현장행보…"유예 절실"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 D-8…잇따라 현장 간담회
"현장 목소리 절박해…유예안 신속히 처리해야"
노동계에서는 "사업주 말만 듣는다" 비판도 제기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차관이 잇따라 중소규모 현장을 방문해 2년 유예 연장에 관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19일 오후 경기 안양시에서 제조업체, 전문 건설업체, 경비업체 등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법 적용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전면 도입에 앞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해 2024년 1월27일부터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사업주들은 법 적용 준비에 대한 어려움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점과 우려를 드러냈다.

영상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가 수사를 받는 동안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실상 폐업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한 식구처럼 일하던 근로자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 아니냐"며 "처벌이 만능이 아니며 재해예방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인 경비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우리 같은 서비스업에도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똑같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2년의 시간을 줬다고 하지만, 당장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사업주들이 아직까지 주변에 많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고위험 사업장은 '중점지원 사업장'으로 정해 컨설팅·교육 등을 집중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 차관은 "정부는 가용한 모든 행정자원을 적극 활용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역점을 기울이겠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대표자 여러분들도 자체 재해예방 역량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현재 중대재해법 2년 유예 연장안이 계류돼 있는 국회를 향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법의 목적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큰 만큼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 신속하게 처리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이정식 장관도 강원도 강릉시 소재 숙박시설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현장은 공사금액 31억원의 중소현장으로, 27일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현장이다.


건설업체 대표는 "27일부터 공사금액 제한이 없어져 사실상 모든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데, 인력·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건설업체들이 법 적용을 준비할 추가적인 시간이 절실하다"며 "국회에서 '50억 미만 고사'에 대한 추가 적용유예 법안을 조속히 논의·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도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의 현실적 여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 시행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회에서 개정법안에 대해 서둘러 논의하고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용 당국이 중대재해법 연장을 놓고 근로자보다는 사업주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5일 논평을 통해 "사업주들을 모아놓고 민생 현장 간담회라고 포장하고 있다"며 "사업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산업재해로 삼아한 노동자의 유가족이나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 어째서 사업주의 입장만 듣고 추가 적용유예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동절기 안전조치 이행을 당부했다. 새해 들어 건설현장에서는 추락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12일 추락사고 다발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1일부터 10일까지 건설현장에서 추락으로 사망한 인원은 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산업재해 절반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고, 매년 사망사고 60% 이상이 추락재해"라며 "안전난간 등 안전시설 설치, 개인보호구 착용 등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부·개구부, 이동식비계, 사다리 등 추락 사고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또 겨울철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가 느려져 붕괴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거푸집·동바리 존치기간 준수 여부와 용접 작업 등에 의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소화설비 설치와 가연물 관리 상태 등 위험요인도 확인·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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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