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고용 악영향"…노동계 "공포 조장"

법 시행 전 국회 법사위·본회의 앞두고 긴급 브리핑
고용노동부·중기부·국토부 장관, 2년 유예 연장 호소
"준비 부족한 게 현실…이대로 시행되면 근로자 영향"
노동계도 비판 기자회견…"경제단체 호소만 대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들이 모여 "준비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시행이 중소기업의 폐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법의 2년 유예 연장을 거듭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전면 도입에 앞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해 올해 1월27일부터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계에서는 법 적용을 앞두고 준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해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임이자 의원이 2년 재유예안을 대표 발의했고, 현재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실상 법 시행 전 마지막 기회인 오는 25일 본회의에 앞서 법사위가 이날 오후 예정돼 있다.

장관들은 "오늘 예정돼 있는 법사위는 지난해 9월7일 발의된 50인 미만 기업 추가 적용 유예에 관한 개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지난 2년 간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왔지만 코로나19 등 피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한다"며 "83만7000개의 50인 미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명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것임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대로 확대 시행되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고 건설현장은 공사금액 제한이 없어져 사실상 모든 건설현장에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인력 등 한정된 행정 인프라 하에서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이 2배 이상 급증할 경우 고용부 행정 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인력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협상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이른바 '3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집중 지원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역시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며 "이제 더 이상 개정안을 논의할 시간이 없는 만큼, 국회에서 전격적 합의를 통해 신속히 처리해주신다면 민관은 합심으로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어떻게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83만7000개의 기업에 준비할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동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용 유예 연장 요구를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이 존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는데, 중소기업의 경영과 노동자의 안전이 마치 상호 배치되는 가치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중대재해법 시행이 중소기업의 폐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가장 앞장서서 보호해야 하는 고용부가 제 본분을 망각하고 법을 시행하라는 노동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채 오직 경제단체의 호소 만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깊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기업은 하청을 주면서 안전까지 하청에게 떠넘기고, 하청 또한 내 사업장도 아닌 데다 다음 입찰을 따내려면 원청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을의 관계라 입도 뻥끗 못해 안전을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도록 심각한 상태를 만들었다"며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 유예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게 뻔하다"고 했다.

열악한 방송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이한빛PD의 아버지이자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의 이용관 씨는 "3년 동안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이제 와서 항변하는 기업과 재계의 악질적인 행태는 가증스럽고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다"며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기업은 없어져야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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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