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기소 5년 만에 모두 무죄

2019년 기소 이후 5년 만에 1심 무죄 선고
직권남용 등 핵심 혐의 모두 "증명 안돼"
무죄 낭독되자 방청객에선 박수 터져 나와
양승태 "당연한 귀결"…檢 "항소 여부 검토"

'사법농단' 사태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사법부 수뇌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했고,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해 항소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의혹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밝히기에 앞서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와 관련한 기존 법원의 판단을 고수했다. 사법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기에 이를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블랙리스트)' 등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등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역시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아울러 직권남용 외에도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등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 박병대 전 대법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이 재판에 넘긴 전·현직 법관은 총 14명이다. 현재까지 6명에게 대법원 무죄 판결이 확정됐으며, 4명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2명만이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면서 하급심 판단이 남은 사건은 오는 2월5일 선고 예정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이 유일하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를 마치고 나와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며 "명쾌하게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반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검찰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개입·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 취임해 임기를 마치고 2017년 9월 법원을 떠났다.

검찰은 지난해 9월15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사법행정 담당법관들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업무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범행"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 전 대법관·고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4년을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며, 검찰은 '수사'를 명목으로 첨병 역할을 했다"며 당시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선고는 지난 2019년 2월 기소 이후 약 5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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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