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사기 피해자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 이용" 엄벌 촉구
미국 영주권·유학 알선 사기 행각으로 기소된 교포 사업가인 이른바 '제니퍼정'과 그 여동생에게 피해를 입은 학부모들이 엄벌을 탄원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29일 302호 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국 교포 제니퍼 정(51·여·구속)과 그 여동생 A(44)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제니퍼 정은 지난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전문직 종사자 등 4명으로부터 투자 이민 알선·해외 교환학생 참여 등을 빌미로 투자금 4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A씨도 언니와 공모해 '투자하면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금 6억8000여만 원을 빼돌리고, 홀로 벌인 사기 행각으로 2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제니퍼 정은 수사 과정에서 '미국 의료 제조업체에 지분 매입 형태로 투자하면 '투자 이민'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자녀의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다'고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 의대 출신 지역대학 교환 교수와 미국 의료업체 한국총판 대표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광주시와의 지역 설비 투자 협의 과정에 동석하게 하거나, 현지 공장 견학도 할 수 있도록 주선·안내했다.
또 지연·학연을 매개로 각종 인맥을 과시하거나 확신에 찬 언행 등으로 피해자들을 교묘히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녀 입시를 앞둔 학부모였으며 "투자 이민 영주권을 취득하면 미국대학 진학, 취업·졸업 후 비자 문제에서도 혜택이 크다"는 자매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수사기관 사실 조회 결과 제니퍼 정은 해당 기업과 무관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들의 사기 행각에 피해를 입은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자녀의 미국 유학과 자신의 현지기업 연구원 취업 명목으로 제니퍼 정 자매에게 3년간 6억여 원을 건넨 B씨는 엄벌을 촉구했다.
B씨는 법정에서 "자매는 처음부터 공모해 저희 가정에 큰 재산상, 정신적인 충격을 줬다. 부모가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용했고, 자신들(제니퍼 정 자매)을 멘토 삼아 미래를 그리던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 아이는 잘 다니던 국제학교를 자퇴하고 등록조차 안 된 미국 학교 커리큘럼에 맞춰 수개월 동안 유학 준비를 했다. 모든 학사 일정이 어그러져 버렸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매는 사과나 속죄의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면서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온몸으로 오랫동안 각성하길 바란다. 법의 심판을 확실히 받길 원한다"라고 했다.
제니퍼 정 측 법률 대리인은 "영주권 취득과 학교 진학 과정, 현지 기업 연구원 취업 상담 등을 도와준 것 아니냐", "그 대가에 따른 돈을 건넨 것 아니냐" 등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앞서 자매 측 법률 대리인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부인했다. 고의가 아니었고, 영주권 발급 등 절차가 잘못됐을 뿐이며 투자금 반환 약속을 이행 중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은 앞으로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 심리를 계속 이어간다.
현재 광주경찰청이 이들 자매의 또 다른 사기 행각과 관련해 고소장 7건(피해 규모 4억 4000만 원 상당)을 추가 접수,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공소사실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제니퍼 정은 민선 6기 광주시의 석연치 않은 미국계 의료 글로벌기업의 투자 전면 백지화 등에도 연루돼 있다. 시는 지난 2018년 2월 이 기업이 '3000억 원 규모 투자로 일자리 350개를 창출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본사가 '투자 계획 없다'고 공식 부인하자 석 달여 만에 번복한 바 있다.
이에 해당 기업의 한국 측 파트너의 실체, 투자 유치 절차 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가 수사 의뢰를 단념, 제니퍼 정의 농단은 유야무야 촌극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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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