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이용 4배 늘었다는데…의약계 불만은 여전

정부 민생토론회 통해 비대면진료 합법화 등 의지
국회 입법조사처 "이해관계 입장차 첨예하게 대립"
의료계 "국민 건강 안전성 조치 부족…원점 재논의"
조제 거부 신고…"성분 처방 의무화·처방전 표준화"

정부가 지난해 12월 비대면진료 규제를 완화하고 30일 민생토론회에서는 약 배달 등을 언급하며 보다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의약계의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현장에서는 비대면진료에 제기되는 오진이나 불법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지침 확립 등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날 '이슈와 논점'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며 "의사단체는 초진 허용에 대해 반대하고, 약사단체는 비대면 처방 및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며, 산업계는 약 배송 불허는 비대면 진료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 의료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일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지난해 6월 위기단계가 하향됨에 따라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전에 시범사업 형식으로 전환해 비대면진료를 제한적으로 유지해왔다.

복지부는 당초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비대면 진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제약을 뒀으나 지난해 12월15일부터는 모든 연령대 환자가 평일 오후 6시 이후 야간과 휴일에 초진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완화했다.

아울러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대면진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또한 사후피임약 처방은 제한했고 처방전 위·변조를 막기 위한 방안도 추가로 마련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처럼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한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4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수치는 다음달 말쯤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의약계에서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가 불완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는 지난 16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성 확보 조치가 부족하다며 시범사업 중단 및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서울시약사회는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없이 어떻게 지역약국에서 위변조 처방전을 판독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해 어느 지역 약국에서나 편리하게 환자들이 조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표준화된 공적전자처방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면진료라는 이유로 일선 약국에서 조제가 거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인 나만의닥터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약국 신고페이지로 접수된 불만 건수는 3000여 건에 달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현재 2만4000여개의 약국 중 9000개 이상(36%)의 약국이 비대면 조제를 한 이력이 있다"며 "비대면 진료라는 이유로 조제를 거부한다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조직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이 (의료기관과) 원격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처방전이 오더라도 그 약이 구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는 사실 조제해 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통해 더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정경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관은 "조제 거부 사례가 있다면 약사단체 등과 잘 협조해서 문제 없도록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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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