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과일물가 28.5%↑…13년만에 최대
사과 57%·귤 40% 파 61% 등 올라
"2~3월 물가상승률 3% 내외 전망"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8% 오르며 6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폭도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둔화했다.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올랐으나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데다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제한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100)로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셈이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3.4%),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지난달 6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1%, 2.6%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2021년 12월(2.6%) 이후 25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8.0% 올랐다. 과일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겨울철 한파 등의 영향으로 과실(28.1%), 곡물(9.2%), 채소(8.8%) 등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15.4% 상승했다. 지난달(15.7%)에 이어 2개월 연속 15%를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사과(56.8%), 귤(39.8%), 파(60.8%), 토마토(51.9%), 쌀(11.3%), 딸기(15.5%), 배(41.2%)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59%포인트(p)로 나타났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사과 생산량이 30% 줄면서 가격에 영향을 보이고 있다"며 "설 연휴 사과, 배, 감 등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계약재배 물량 공급과 할인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일 가격 강세는 지속되다가 새로운 과일이 나와야 안정될 것"이라며 "수입과일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최대한 관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돼지고기(-2.3%), 국산 쇠고기(-1.2%) 등 축산물 물가는 0.6% 하락했다. 수산물 가격은 2.2% 올랐다.
공업제품은 1.8% 상승했다. 빵(5.3%), 아이스크림(15.1%) 등 가공식품은 3.2% 올랐지만 경유(-11.9%), 등유(-8.7%), 자동차용 LPG(-4.7%) 등 석유류 가격이 5.0%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를 0.21%p 끌어내렸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는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출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소주 물가가 전년보다 0.6% 하락하고 화장품 세일, 석유류 하락 등으로 공업제품 가격 상승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전기료(4.3%), 도시가스(5.6%), 지역 난방비(12.1%)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보다 5.0% 상승했다. 지난해(9.7%)보다는 상승폭이 둔화했다. 작년 1월 전기요금 인상 등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3.5% 상승했다. 이 중 외식 물가는 지난해 11월(4.8%) 이후 12월(4.4%)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오름폭은 2021년 11월(4.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3.0%를 보였다.
집세의 경우 월세는 0.8% 올랐으나 전세가 0.9% 하락하면서 0.2% 내려갔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4%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4% 올랐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17년(15.9%) 이후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신선식품지수 물가는 지난해 10월(13.3%), 11월(13.7%), 12월(14.5%)에 이어 넉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식품지수 물가가 4개월 연속 10%를 웃돈 건 2022년 7~10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이 28.5% 오르면서 2011년(31.9%) 이후 같은 달 기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과, 배, 감 등 작황이 좋지 않았고 귤은 작황은 괜찮았지만, 수요가 많이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상승폭은 2021년 11월(2.4%)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2월(2.2%)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는 미국(3.9%), 영국(5.2%)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2%대 물가가 조속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장보현 과장은 "상반기까지는 3%대 물가 흐름을 보이다가 8월 이후 많이 안정될 것"이라며 "최근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상반기에는 3% 내외로 움직이겠지만, 2%대 물가를 빨리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