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빼돌린 증거 없다" 도박사이트 대물림 운영 30대, 2심서 감형

징역 5년서 징역 2년6개월 감형, 추징금도 608억→15억 대폭 줄어
"가담경위 비춰 양형, 압수 중 사라진 암호화폐 빼돌린 증거 없어"

수감된 아버지에 이어 암호화폐(비트코인) 시세를 맞추는 불법 도박 누리집(사이트)을 운영해 거액의 수익을 빼돌린 30대가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특히 수사 기관의 압수 과정에서 돌연 사라진 수백억 대 비트코인을 직접 은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추징금도 대폭 줄었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성흠 부장판사)는 13일 도박 공간 개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608억 300만 원을 선고받은 이모(35·여)씨에게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 역시 아버지의 변호사비로 빼돌린 금액 등만 인정해 15억여 원으로 삭감했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가담 경위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면서 "추징 역시 증거에 의해 인정돼야 한다. 원심은 이씨가 비트코인이 중간에 사라지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추징을 명령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돌연 환수하지 못한 비트코인이 이씨 일가로 흘러들어갔다고 볼 수 어렵다는 취지다.

이씨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아버지와 함께 태국 등지에서 암호화폐 시세에 돈을 거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빼돌려 숨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 부녀가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세계 각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실시간 거래가 평균치와 가격 변화를 두고 이용자가 일정 배율(1~100배)로 베팅하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가 평균치를 임의 조작, 이용자들이 도박에 참여할 때 거는 돈(증거금)을 차액으로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같은 불법 도박 사이트(3932억 상당 규모)에서 비트코인을 벌면 빌린 지인 명의로 현금화했다.

특히 해당 암호화폐 시세 도박사이트 각 이용자의 손실 비율이 70~80%에 달하면, 투자금을 자동으로 운영자에게 귀속(강제 청산에 따른 손실 확정)시키고, 거래 수수료 최대 7.5%를 받아 수익을 극대화했다.

이씨는 운영자였던 아버지가 태국에서 붙잡혀 압송돼 수감되자, 대를 이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아버지로부터 현금화에 필요한 인출 암호(만능열쇠), 계좌번호 격인 전자 지갑 주소(16진법) 등을 넘겨받아 도박사이트의 운영을 주도했다.

이후 이씨는 불법 사이트에서 비트코인 1798개(거래가 기준 1430억 원)를 벌어들였고, 일부인 50억여 원을 차명 현금화했다. 수중에 넣은 현금을 아버지의 변호사비와 생활비 등으로 썼다.

수사에 나선 광주경찰은 이씨가 아버지 대신 범죄 수익을 환전한 정황을 포착, 혐의를 밝혀냈고, 위임장을 받아 압수 절차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군가 미리 빼돌리는 바람에 비트코인 320개(최고가 기준 현금 250억 원 상당)만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 도중 추가로 빠져나간 비트코인이 온라인 접속 기록 등에 비춰 이씨 일가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이씨 주변 인물을 중심으 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2심 선고를 받은 이씨의 언니와 아버지 등 6명 역시 지난해 10월 추가 송치됐다.

앞선 1심 역시 이씨가 거액의 범죄 수익을 숨기는 데 적극 관여했다고 보고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1심은 "이씨가 가상화폐 마진거래 거래소를 표방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거액의 불법 수익을 가능하게 하거나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로 엄벌이 필요하다. 거액의 범죄 수익을 숨긴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씨 일가의 비트코인 환전과 범죄수익 은닉 과정에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형사 사건 브로커 성모(63·구속 기소)씨와 성씨에게 코인 투자 사기 관련 검경 수사 무마 명목으로 18억원 대 로비 자금을 건넨 탁모(45·구속 기소)씨도 일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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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