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출마 권유 전화에 당내 어수선
비선 여론조사 개입설도…공천 잡음 가중
여당 공천 순조로운 반명 야당 갈등 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전현직 중진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불출마를 권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 대표가 직접 공천에 개입했다는 비판과 함께 '찐명(찐이재명)'계를 꽂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데 이어 비선의 공천 개입설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당은 중진 의원들이 희생으로 잇따라 험지 출마를 하며 공천 과정이 순조로운 반면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는 발언을 통해 천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 대표는 최근 재선의 문학진 전 의원 등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게 용퇴를 촉구하며 올드보이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문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지지율 순위가 꼴찌임을 전달하면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인재근 의원과도 면담해 불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추미애 전 대표와 만나 총선 역할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쇄신 의지가 강하고,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있다"라며 "친명 후보자조차도 쇄신의 의지 대상자로 삼고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불출마를 요청한 지역에 찐명(찐이재명)이 출마하려는 조짐이 보이면서 공천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학진 전 의원은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고 인재근 의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문 전 의원 출마 지역에는 이 대표 특별보좌역인 안태준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했다. 인 의원 지역구에는 영입인재인 김남근 변호사의 출마가 예상되는 곳이다.
일부 전현직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전화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이종걸 전 의원도 이 대표에게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는 설이 돌았지만 "이 대표는 저에게 그런 요청을 하신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수진 의원도 "전화를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선 실세 개입설도 제기됐다. 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친위부대'를 꽂으려고 여론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캠프가 지난 2~3일 의뢰해 4명의 예비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여론조사)에 들어간 결과에서는 1등과 4등이 정확히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선에서 무리수를 둬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앞서 현역 의원이 있는 주요 선거구에 적합도 여론조사를 실시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이 대표가 직접 불출마를 권유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잡음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가 전화해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불출마를 권유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누가 봐도 찍어내기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비선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공식 조사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어 "(문 전 의원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그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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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