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결과…외교부 "재발 않게 시정"
수감된 재외국민 보호 나몰라라…주재관 접촉 활동·보고서 미흡
일부 재외공관이 채용 전형절차를 밟지 않고 행정직원을 제멋대로 뽑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외부인 무단침입과 절도 등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본국에 보고하지 않거나 재외국민이 억울하게 외국의 교도소에 수감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 주재관의 주요인사 접촉 활동도 체계적으로 기록·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20일 이같은 내용의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재외공관 188곳 중 8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해당 공관은 주일본대사관, 주중국대사관, 주헝가리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칭다오총영사관, 주오사카총영사관, 주호치민총영사관, 주뉴욕총영사관이다.
재외공관 소재지에 위치한 재외한국문화원와 한국학교의 예산·회계도 함께 들여다봤다.
이번에 드러난 위법·부당 사항은 총 13건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트리니다드토바고 대사 A씨는 주오사카총영사관 부총영사로 재직하던 2020~2021년 교육분야 전문직 행정직원 선발 1차 전형(서류심사)을 진행하면서 채용 관련 분야의 전공 인정 범위와 선발 인원 등을 인사위원들과 미리 협의해 정하지 않은 채 인사·총무를 담당하는 운영지원영사 B씨로부터 지원자 24명의 서류를 보고받아 이 중 5명을 2차 전형(필기·면접심사) 대상으로 뽑았다. 그러나 5명 중 3명은 자격요건 충족 여부가 불분명했다.
반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지원자들은 탈락시켰다. 불합격 사유로 A씨는 채용 공고상의 자격요건에도 없는 '고령자·고스펙이어서 오래 근무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해댔다.
2차 전형 시에는 당시 총영사가 기존에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계약직원 C씨의 합격을 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선 '업무 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임의의 기준을 내세워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 C씨보다 필기시험 점수가 더 높고 면접 점수는 동일한 다른 지원자가 있었는데도 인사위원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외교부 장관에게 A씨를 징계 처분하고 B씨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또 다른 재외공관에서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외교부 본부 보안담당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7월 감사일 현재까지 보안 취약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3월11일 새벽 1시40분께 신원 불상의 2명이 높이 1.9m의 담장을 넘어 주교황청대사관 내로 무단 침입해 대사관저 내부의 철제 금고와 미술품 등을 훔친 후 대사관 밖에 세워 놓았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당시 침입자들이 차량을 타고 도주한 방향을 촬영하던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사고 전날 오후부터 전원이 꺼져있는데도 대사관 측은 그 원인을 감사받던 당일까지 파악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 곳은 1994년 무장강도 관저 침입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다 감사원이 2014년 감사에서도 사무실 1층 건물 옥상이 인접한 민간주택의 창고 지붕과 아무런 지장물 없이 연결돼 있어 사실상 자유롭게 진입이 가능하다며 시설보안 대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한 바 있었다.
이보다 앞선 그 해 1월15일 주크로아티아대사관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1명이 담장을 넘어 공관장용 차량 1대를 훔쳐 달아나던 중 뺑소니까지 저질렀다. 대사관 측은 현지 경찰로부터 교통사고 후 도주 발생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도난 사실을 인지한데다 사고 사실을 외교부 본부 재외공관담당관실에만 보고하고 보안담당관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양 대사관에 보안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촉구하고 외교부에는 양 대사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여 보안 취약점을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재외국민 수감자 면회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행정직원의 불친절한 민원 응대에 대한 사후조치를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주오사카총영사관은 관할 구역 내 7개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는 전체 재외국민 수감자 현황은 파악하지 못한 채 방문 면회를 요청한 수감자에 대해서만 면회를 실시하고 있었다. 특히 2021년부터 D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재외국민 E씨에 대해 2022년에 본인이 영사면회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수감돼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방문 면회는 물론 전화 통화나 서신 교환도 하지 않았다.
주뉴욕총영사관의 경우 2020년 6월 당시 관할 구역 내 재외국민 수감자 총 24명에게 방문 면회 요청 여부를 서신으로 문의하고도 현지 교정기관이 답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영사면회 업무를 종결했다.
주일본대사관은 청각 장애를 가진 민원인을 응대하면서 방문 목적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는 이유로 언성을 높인 행정직원 F씨에 대해 주의 조치를 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F씨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 몰랐다', '업무로 바쁘다'고 변명을 해대며 감사원의 감사 기간까지 교육이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대사관 측도 방관하고 있었다.
아울러 주재관의 주요인사 접촉 활동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고 정기활동보고서 미제출 비율이 줄지 않는 등 근무실태 평가가 허술하게 운영됐다.
감사원이 2022년 대사관·총영사관 14곳 경제 분야 주재관 44명의 업무수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문발송 활동 중 핵심업무가 아닌 통상업무 비중은 상반기 53.2%, 하반기 51.1%에 달했다. 일례로 주일본대사관 주재관 G씨가 그 해 발송한 전문 117건 중 108건(92.3%)은 한국과 일본 정부 간 협약에 따라 제공하기로 돼 있는 동향보고서를 그대로 전달·요약한 것이었다.
2021년 10월에는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하며 벌어진 '요소수 대란' 당시 주중국대사관 관세관이 중국 정부의 공고를 보고도 그 중요성을 몰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사실도 있었다.
같은 기간 주요인사 접촉 활동 중 핵심업무가 아닌 통상업무 비중은 14.4%, 19.3%였다. 하지만 접촉 결과를 상세히 기록한 건은 29.9%, 34.0%에 불과해 접촉의 진위 여부와 성과 확인이 곤란했다.
2020~2022년 반기별 정기활동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비율 역시 최소 8.4%(32명)에서 최대 18.2%(73명)나 됐다.
14곳 주재관 67명의 근무실태 평가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평가항목별 최고(E)·차상위(S) 등급이 상반기 '최소 91.0%(61명)~최대 98.5%(66명), 하반기 최소 97.0%(64명)~최대 100.0%(66명)에 달해 원 소속부처가 평가 결과를 향후 인사 관리에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주뉴욕총영사관이 대표적인데, 공관장이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 실적을 잘 모른다는 사유로 정기활동보고 실적을 확인하지 않은 채 주재관 6명 전원에게 전 항목 최고등급(E)을 줬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주재관의 주요인사 접촉 활동 결과를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정기활동보고서 제출 관리를 강화하고 근무실태 평가가 주재관의 업무 실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해 개선방안 등을 검토해 시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교육 및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