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환자들 "전공의 이탈에도 의료 공백 아직 체감 안 돼요"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전공의·인턴 700여명 사직서

대구지역 전공의와 인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병원을 찾은 대부분 시민은 의료공백이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오전 대구 영남대학교병원. 외래 접수 창구와 진료 대기실 등은 일찍부터 환자들로 북적였다.



병원을 찾은 A씨는 "병원에서 따로 연락받은 것도 없다. 의료에 차질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받고 나오던 김모(54)씨는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 진료받고 접수하는 가운데 시간이 길어지거나 취소되는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경북대학병원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친 친구를 응급실에 데리고 온 박준용(63)씨는 "접수가 늦어진다거나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병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 이탈한 전공의를 대신해 전문의와 교수 등을 투입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대병원 관계자는 "더 많은 의사가 그만둔다면 정말로 의료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돼 우리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과를 제외한 대부분 과에서는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공백을 우려한 일부 시민들은 발 빠르게 사설 병원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본원 입원 환자들 일부가 사설 병원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 2~3대로 들어왔던 구급차가 한 번에 10대씩 들어왔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과대학 증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의사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잘못된 대처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전모(24)씨는 "의료 인원이 늘어나며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의사 개인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불만을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6곳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와 인턴들은 700명이 넘는다.

대구지역 전공의 사직서 제출 현황은 ▲경북대병원 레지던트 147명 중 138명, 인턴 146명 중 141명 ▲칠곡경북대병원 인턴 28명 전원, 전공의 59명 중 53명 ▲영남대병원 인턴 42명 전체, 전공의 119명 중 23명 ▲대구가톨릭대병원 전공의 83명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 51명 중 14명, 인턴 18명 중 9명 ▲계명대동산병원 전공의 182명(인턴 47, 레지던트 128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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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