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 무더기 결근, 대다수 복귀 안 해
'과부하' 3차 의료기관, 경증 환자부터 조기 퇴원·전원 조처
밀려난 환자 받을 2차 의료기관도 부담 늘어 "과부하 우려"
의대 정원 증원안에 대한 반발로 광주·전남 지역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병원을 비운 지 사흘째 접어들면서 진료 차질이 각급 병원까지 연쇄 확산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319명 중 84%인 268명(레지던트 192명·인턴 76명)이 사직서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현장 조사를 나간 본원에서만 전공의 175명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통보했지만, 명령 불이행 대상자는 최종 119명으로 추려졌다.
상당수는 근무 사실을 증명할 내부 전산망 접속 기록이 있어 복귀 명령 불이행 대상자에서는 빠졌다. 결근 중인 전공의 중에서도 수시로 시급한 업무만 보다가 다시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본·분원을 통틀어 사직서 제출 전공의 대다수가 무단 결근하거나 상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응급실·중환자실을 제외한 각 병동 경증 환자의 조기 퇴원 또는 전원에 나섰다. 비응급 환자의 수술 일정은 축소 운영 중이다. 정시 퇴원 환자 등도 있지만 현재 병상 가동률은 다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14명이 이탈했다가, 승인 받지 않은 휴가를 떠났던 1명만 현장에 복귀했다. 나머지 113명은 복귀 명령 불이행 대상자로 확정됐다.
조선대병원은 전임의 등 대체 인력이 부족한 만큼, 비교적 경증인 환자부터 2차 의료기관 등지로 전원 조치하고 있다. 병원 내 각 병동 입원 병상 가동률은 평소보다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이날 조선대병원 원무과 창구에는 퇴원 수속 절차가 이어졌다.
당초 정해진 퇴원일에 맞춰 병원을 떠나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회복 속도가 빠른 환자는 병원 안내를 받거나 자진해서 퇴원 일정을 앞당겼다.
김모(46)씨는 "어머니가 외과 수술을 받으셨는데, 입원을 더 하고 싶었다. 의료진도 수술 후 차도가 좋다고 하고, 전공의 공백 상황인만큼 하루 일찍 퇴원 수속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퇴원 이후 치료를 더 받길 원하는 보호자들은 다른 종합병원에 바삐 입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한 보호자는 인근 종합병원 원무과에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로 다리 수술했는데, 2~3일 더 입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느냐"며 문의했다.
일반 병동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지는 환자도 눈에 띄었다.
한 사설 응급구조사는 "고령층 노인은 위독하지 않다면 요양병원으로 옮겨지긴 하는데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평소보다 전원 사례가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사전 예약 없이 소아과·외과를 찾은 외래 진료 환자들은 하염 없이 진료를 기다렸다. 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진료 대기 시간이 길다. 기다려 달라"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한모(34)씨는 "아이가 폐렴 증상이 있어 따로 예약 없이 집 근처 큰 병원으로 왔다. 30분가량 기다리고 있다"며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기 않도록 의사단체와 정부가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전남 내 3차 의료기관인 두 병원에서 비상 진료 체계 돌입에 따른 조기 퇴원·전원이 가시화되면서 전공의 집단 이탈 여파가 점차 2차 의료기관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자체 응급실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큰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은 광주 26곳, 전남 44곳이다.
상급종합병원인 3차 의료기관의 비상 진료 체계가 장기간 운영될 경우, 2차 의료기관이 나눠져야 할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차 의료기관 내 입원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늘면서 포화에 이르면, 결국 각급 병원에서 진료 차질과 과부하가 발생할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은 위중증 또는 응급 환자 위주로 진료 업무를 분담할 수 밖에 없다. 2차 의료기관은 기존보다 많은 환자들을 받아 의료 체계의 한 축을 나눠져야 한다"며 "대학병원 정상화가 오래 걸릴수록 각급 병원에 쏠리는 하중이 커질 수 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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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