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 직면 6명 "정성평가 근거 공개하라"…의정활동평가 자의적 판단 지적

공관위 '하위20%' 통보받은 비명 6명 셀프 공개…"납득 어렵다"
송갑석·박영순·김한정 줄지어 반발 회견…공관위원장 사퇴 요구도
탈당한 김영주 "친문학살 목적 아니라면 정성평가 결과 공개하라"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개별 통보 후 공천 파열음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든 의원들이 잇달아 '커밍 아웃'하며 평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비명횡사'할 위기에 처한 하위권 의원 대다수가 비이재명계인 데 대해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며 정성평가 근거를 공개하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최하위권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민주당 의원은 이날로 6명에 이르렀다.



비명계 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은 이날 오후 줄지어 기자회견을 열고 임혁백 공관위원장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송갑석 의원은 '하위 20%', 박영순·김한정 의원은 각각 '하위 10%'에 속했다는 평가 결과를 받았다.

이들은 그간의 의정활동을 앞세워 이번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한 동시에,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비명계 인사라는 점을 들어 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제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 평가 항목은 의정활동(38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이행활동(100점), 지역활동(270점)으로 나눠진다.

정량평가 영역은 구체적으로 수치화된다. 의정활동 영역에서 ‘입법수행실적’은 “대표발의 법안의 수, 입법완료 건수, 당론법안 채택 건수 등을 지표로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성평가 영역이다. 상임위원회 수행실적이나 의정활동 수행평가에는 다면평가와 정성평가 영역이 포함돼 있다. ‘의정활동 수행평가’는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와 정량지표로 측정할 수 없는 의정활동 성과 등에 대한 정성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평가한다”고 규정돼 있다.

송 의원은 "(국회의정대상) 3년 연속 수상은 단 2명뿐이라고 하니 300명 중 2등 안에 드는 상위 0.67% 국회의원이 민주당에선 하위 20%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커밍아웃하는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그분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어떤 평가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성향이) 굉장히 편중돼 있지 않나"라며 "평가 공정성에 대해 문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스스로 밝힐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번 공천을 '비명 학살' '기획 공천'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관위원장 사퇴까지 요구했다.

박 의원은 평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는 "공관위원장에게 어떤 근거로 저를 '하위 10%'로 평가했냐고 물었더니 공관위원장 본인도 '모른다. 나는 단지 당으로부터 한 장짜리 명단만 통보받았다'고 했다"며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반발했다.

그는 "하위 20% 대부분이 친문 또는 비명계"라며 "이번 공천은 이재명 대표가 완전히 순도 100% 이재명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데 있어 반대하거나 이견이 있는 사람들을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과 박 의원은 재심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도 이번 심사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한정이 당에서 설 자리가 없어져 가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재심을 신청해놓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도 전날 최하위권 평가 사실을 셀프 공개하고, 공천 심사에 강력히 의문을 제기했다.

공관위 평가에 반발해 탈당한 김영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 평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하셨던 분이라고 나와 있던데 '친문학살'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면 하위 20%에 대한 정성평가를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을 언급하며 "참 맞는 말이다. 그러나 떡잎은 저절로 떨어져야 새순이 제대로 자랄 수 있다"며 "떡잎을 인위적으로 잘라내서야 나무로 자랄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당 공관위는 최하위권 의원 31명에 대한 개별 통보를 이어가고 있다. 통보가 이어질 수록 심사 결과에 반발해 커밍아웃하는 의원들의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공천 심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제가 아는 한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 당 공관위는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하고 있다"며 "당이 정해놓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같은 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공천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의원들의 지적에 "선출직 평가와 관련해선 기준이 있다. 이것은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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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