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간 오간 보험금, 피보험자 상대 청구 안돼"

약관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 유리하게"

피보험자가 아닌 중복보험자인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중복보험자의 보험금 반환 문제는 중복보험자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이 피보험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변제나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인 현대해상과 소외 회사인 삼성화재는 A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의 중복보험자였다. 이후 A씨는 군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으며, 삼성화재에 보험신고를 접수해 총 80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삼성화재는 중복보험자인 현대해상에게 구상금을 청구했고, 현대해상은 4000만원을 삼성화재에 지급했다.

다만 A씨는 사고 이후 재해부상군경으로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자로 지정돼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은 A씨를 상대로 보험금 4000만원을 반환하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A씨는 자신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주체는 현대해상이 아니라 삼성화재이므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없다고 해도, 현대해상이 자신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1심과 2심에서는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보험금 부당이득으로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A씨와 직접 법률관계를 맺고 실질적·종국적으로 손해를 부담한 원고(현대해상)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는 사고발생 후 삼성화재에 보험사고 접수를 했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또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현대해상에게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A씨와 현대해상 사이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의사 연락도 없었다"며 "A씨와 삼성화재 사이의 급부 관계는 오로지 둘 사이의 보험계약 및 이에 기한 A씨의 보험금 청구에 기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각 보험자에게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은 A씨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며 "그 이후 이루어지는 다른 보험자의 부담 부분에 관한 구상은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이와 달리 중복보험자가 A씨에게 각자의 부담부분 내에서 분할채무만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A씨에게 불이익하다"며 "약관 조항을 그러한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약관 해석의 원칙 등에 비추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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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