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식물처리기, 수질오염에 영향…무단 개조는 위법"

제조사 "대리점이 설치 과정서 임의 개조" 주장
"영업·설치 독자 행위 제한…제조사 책임 범위"
"공공수질 오염 요인…변형 엄격히 제한해야"

무단으로 제품을 개조해 판매한 주방용 음식물처리기 제조사가 대리점의 일탈이었다며 관련 기관 인증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음식물처리기로 인한 영향은 공공수질의 오염과 맞닿아있는 만큼 제조·변형 행위는 엄격히 제한돼야 하며, 제조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조·판매사 A사가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상대로 "인증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법령에 따라 인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이 제품을 판매해 오다 2022년 12월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인증원은 자체 판매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세 군데 쇼핑몰에서 A사가 제조한 제품을 구입했다. 이후 A사와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설치한 결과 인증 당시의 내용과 달리 제품이 개조된 것이 확인됐다.

A사는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을 통해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대리점 차원에서 제품이 임의로 개·변조됐을 뿐 자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A사는 엄연히 사업자가 별개인 만큼 다른 회사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제품의 판매·설치 정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A사의 책임 범위 내에서 제품 변형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대리점이 직접 제품을 변형한 사실 자체는 맞지만, A사가 대리점들의 독자적 온라인 영업을 제한했다는 점을 짚었다. A사가 지정업체를 통해서만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도록 지휘하고, 지역 관할 대리점에 한해 제품 설치를 맡겨왔던 점 등도 제품 변형에 관여한 주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법령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사람이 이를 3자에게 위탁·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의무자의 책임 하에 의무를 대신 처리하게 한 것"이라며 "이를 통한 비용절감 등 이익을 얻었다면 제3자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기에 원고에게 법령상 책임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품 거래는 대리점이 아닌 판매사 명의로 이뤄졌고 대리점은 설치만을 담당했다"며 "대리점들이 계약 위반에 따른 민사책임, 하수도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부담하면서 원고 몰래 제품을 임의로 변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음식물처리기 제품 특성상 공공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변형 등 행위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분쇄된 음식물찌꺼기 등이 하수도로 유입되면 공공수역 수질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되기에 제품의 판매·사용은 인증을 받은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며 "제도 취지에 비춰 인증과 달리 제조·변형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조항에서는 허가 없는 제품 변형을 인증취소 대상으로 규정할 뿐 어느 단계에서 변형이 이뤄지는지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설령 대리점에 의해 변형이 됐더라도 원고에게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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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