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30분 방산협력 마라톤 회의…수출 지원 집중 토의

조태열-이종섭 마주 앉아…국방·산업장관 '지각' 참석
회의 기간 1주 더 연장…李제외 5개국 대사 순차 귀국
조태열, 참석 대사들에 "방산수출 지원외교 적극 펼쳐야"
안덕근, 내달 방산 소부장 생태계 조성 패키지 전략 발표
신원식 "수출 계약 일괄 지원"…석종건 "현장 의견 청취"

방산협력 관계부처 기관장과 주요 6개국 공관장들이 28일 6시간 30분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17층 상황실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는 지난 25일 개시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일정 중의 하나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입국한 지 일주일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중 출국했다가 지난 21일 이번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다.

회의는 오전 10시30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조 장관과 이 대사는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착석했다.

이 대사 외에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류제승 주아랍에미리트(UAE) 대사,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준호 주카타르 대사,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등 5개국 주재 공관장들도 참석했다.

관계부처 기관장으로는 조 장관과 함께 석종건 방위사업청 청장이 참석했다. 개회식 초반 차관들이 대참했다가 뒤늦게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합류했다.

실무진 중에서는 외교부 김희상 경제외교조정관과 서빈 유럽국 심의관, 원종대 국방부 전략정책국장,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 윤창문 방사청 국제협력관, 민경설 기획재정부 대외협력국장도 배석했다.

회의는 글로벌 방산시장 현황과 방산수출 정책 과제를 4가지 세션으로 나눠 다뤘다.

첫 번째 '글로벌 방산시장 현황과 우리의 전략' 세션에서 ▲국가별 방위산업 현황 ▲방산수출 성과 및 중점 추진과제 ▲부처별 수출지원 계획 등을 집중 토의했다. 방산협력 증진을 위한 본부 유관기관과 재외공관 간 유기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번째 '정책금융지원 활용 및 발전 방안' 세션에서는 방산수출 규모가 늘어나며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정책금융지원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들로부터 예상되는 금융지원 수요와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세 번째 '현지생산 파트너십 활용 방안' 세션에선 현지생산 형태의 계약이 체결 또는 논의되는 사업들을 점검하고 향후 방산협력 확대를 위해 현지생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서 건설 중인 AS-21(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생산시설 사례 소개와 함께 현지생산이 검토되는 여타국과의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발전 방안이 논의됐다.

마지막 '공동개발 및 미래 협력 방안'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협력의 발전 방안과 함께 각 파트너 국가들이 희망하는 분야별 전략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인도네시아와의 KF-21/IFX(보라매) 공동개발 사업,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와의 군수협력·국방기술협력 분야 업무협약(MOU) 이행 등이 대표적이다.


조 장관은 "방산수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재국과의 정무·경제 관계를 한데 모아 조망하고 정부와 기업이 힘 모아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전략을 수립·이행하는 것이 필수"라면서 "주재국 정부와의 교섭 최일선에 있는 공관장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개국 공관장들에게 "주재국의 방위산업 현황과 우리와의 방산협력 수요를 관련 기관에 잘 전달하고 회의에서 나눈 밀도 있는 협의 내용을 향후 효과적인 방산수출 지원 외교를 펼치는 데 적극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장관은 "K-방산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국가경제 발전과 국방력 강화로 선순환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산수출이 단순히 무기판매 개념을 넘어 국가간 전략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모두 긴밀히 협력하자"고 했다. 국방부는 수출 계약뿐 아니라 계약 이후 납품, 무기체계 운영, 교육 훈련, 후속 관리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안 장관은 "국방안보와 방산수출 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방산 생태계의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라며 "산업·에너지 협력 수요 발굴을 위해 산업부와 재외공관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산업부는 다음달 중 방산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조성 전략을 발표하고 상대국 특성에 맞는 타 산업과 연계한 패키지 수출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석 청장은 "최근 K-방산의 도약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가려면 주요국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필요하다"며 "방사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방산협력 고도화를 통해 역량 있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오찬을 포함해 6시간30분 간 마라톤 회의 끝에 오후 5시께 끝났다.

6개국 공관장들은 이 회의에 앞서 주요 부처 장관과 청장을 개별적으로 만나 업무 협의를 가졌다. 방산업체 시찰·방문 등 방산 협력에 필요한 현장 일정도 소화했다.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따로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간 방산 수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있어왔다.

국제정세 변화에 맞물려 2022~2023년 방산 수출액이 직전 2개년(2020~202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과거의 지원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산업 규모가 커진데다 경제와 안보가 서로 융합되면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국가가 방산 수출에서 유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6개국 공관장들은 방산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심층적인 전략 협의가 긴요한 시점이며, 이번 회의가 주요 방산협력국 현장에서 종합적·유기적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기자와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대면 회의의 성과 및 결과와 공관장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6개국 공관장들은 오는 29일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한다. 방산 수출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정책금융지원 제도 현황을 청취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춘 정책금융지원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29일로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진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일정이 1주 더 연장된다. 다만 어떠한 일정을 소화하게 될지는 불명확하다.

다음달 1~3일 사흘간 방산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찾아 생산 과정 및 제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기업 관계자들과 토의를 가질 예정이라는 정도만 밝힌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의) 일정이 다음 주에도 이어지며 '공무'로 인정된다"면서도 "회의 기간은 업무 상황이나 공관장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산업이 갖는 보안 문제와 특수성으로 인해 공개 여부는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 조율 후에 공개할 수 있는 사항은 적절한 계기에 알리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사를 제외한 5개국 공관장들은 다음주 일정을 소화한 뒤 순차 귀국한다.

이 대사는 귀국 직후 언론에 밝힌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준비를 위해 국내에 계속 머무를 예정이다.

공관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워 '업무 공백'도 우려된다. 공관장 부재 시에는 차석이 대사대리를 맡아 필요한 외교 활동과 영사조력 등을 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귀국한 공관장을 대신해 차석이 대사대리로써 공관 업무를 차질 없이 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도) 공관장들이 현지 공관 차석으로부터 수시로 중요 사항이 있으면 보고받아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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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