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겨냥 "나라 망해가던 것 기억 안 나나"
'정부 지원론'에 힘 실어…"제대로 일할 기회 달라"
내부 파열음 관리도…"서로 핑계 대면 도움 안 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보수 표심을 다졌다. 전날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두고 당내에서 파열음이 발생한 것을 의식한 듯 윤석열 정부 성과를 띄우면서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천안 지원 유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70년간 이런 정부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그 말을 돌려드리고 싶다. 그분은 우리 기억력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 당시 나라가 망해가던 것 기억 안 나나. 부동산이 폭등하고 정말 살기 힘들었던 것이 기억나지 않나"라며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당진 지원 유세에서는 "우리 정부가 그간 해온 일을 생각해달라. 2년간 한미일 공조 완전 복원했다며 "대한민국 발전의 원천이었던 원전 생태계를 다시 복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물노조나 건폭(건설현장 폭력) 폭주 같은 법을 지키지 않는 행동을 원칙을 가지고 뚝심 있게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대로 일할 기회를 달라"며 "이 성과는 거대 야당의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전진이다. 이걸 다시 뒤로 물려야겠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보수 표심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거대야당에 발목 잡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보지 못한 윤석열 정부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특히, 한 위원장이 꼬집은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 대표적인 실책 가운데 하나로 늘 거론된다. 집값 폭등을 잡고자 수차례 정책을 고쳤지만, 결국 안정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탓이다.
실제로 이는 '부동산 심판론'으로 이어졌고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이러한 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 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카드를 꺼내 문재인 정권으로 화살을 돌리는 한편, 내부 분위기 수습에도 주력했다.
앞서 수도권에 이어 부산·경남(PK) 위기론이 퍼지면서 윤 대통령 사과와 내각 총사퇴의 필요성까지 거론된 바 있다. 전날 대국민담화 이후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권 선거운동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흩어지면 대한민국이 죽는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중대한 결전을 앞두고 서로에게 핑계를 대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저희만 믿고 계시는 국민들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이 중요한 결전 앞에서 뭉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날과 비교해 발언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간 한 위원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두고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대통령실과 거리두기 전략을 취해왔다.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증원 문제에 한발 물러서기로 한 만큼 당도 계속 거리두기 전략을 취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모든 잘못과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반복했다.
전날 부산 해운대 유세에서는 "지금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도 안 됐지만 저는 그 책임이 없다"며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지 않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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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